[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보들보들한 쌀피, 탄력있는 식감, 딤섬 ‘창펀’의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딤딤섬의 창펀과 우롱차. 임선영 씨 제공
딤딤섬의 창펀과 우롱차.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요즘 샤오룽바오, 하가우를 먹을 수 있는 중국 음식점은 많지만 딤섬 중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창펀(腸粉)을 맛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중국 광둥 지역 사람들이 아침으로 많이 먹는 창펀은 증기로 쪄낸 쌀 반죽에 고기나 해산물을 소로 넣어 돌돌 말아낸 딤섬이다. 맛이나 모양은 요즘 인기 높은 앙꼬절편과 흡사하다.

서울 서초구 딤딤섬(點點心)은 중국 현지식 딤섬집을 찾다가 도달한 곳이다. 2010년 홍콩에 처음 문을 열고 10년째 성업 중으로, 2016년 한국에 진출했다. 정통 광둥식 딤섬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딤딤섬은 홍콩 여행을 가면 꼭 들를 식당으로 꼽힌다. 2012년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전 세계 베스트 레스토랑 101’에 선정돼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창펀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쌀가루와 옥수수 혹은 고구마 전분 가루를 물에 풀고 땅콩기름 서너 방울을 가미해 묽은 반죽을 만든다. 그리고 반죽을 바닥이 넓은 틀이나 소쿠리에 깔아 증기에 찐다. 반죽 위에 고기를 넣을 수도 있고 채소와 계란을 넣을 수도 있다. 찐 다음 식기 전에 돌돌 말아 그릇에 담아낸다. 아침으로 먹기에 쌀밥은 까끌까끌하고 쌀죽은 심심할 때 창펀은 좋은 대안이 된다. 부드러운 쌀피는 홀랑홀랑 넘어가니 부담이 하나도 없다.

딤딤섬의 창펀은 쌀피가 보들보들해 혀에 밀착되고 씹을 때는 적절한 탄력이 있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에는 차슈와 야채가 담겨 있다. 돼지고기를 비린내 없이 잘 조리한 차슈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굴 소스와 마늘 등으로 조리한 특제 소스가 맛을 끌어올린다. 만두를 먹는 기분도 들고 쌀국수를 먹는 기분도 들었다. 돼지고기 외에도 새우야채튀김이 들어있는 크리스피 창펀도 맛있다.

창펀만으로 서운할 때 추가하면 좋은 메뉴가 가지딤섬이다. 식빵 대신 가지로 만든 몐보샤(몐바오샤)라고 이해하면 쉽다. 채소 중 튀겨 냈을 때 가장 맛있는 식재료는 가지 아닐까. 가지의 너른 품으로 새우와 오징어를 껴안는다. 한입 물면 가지의 즙이 침샘을 터뜨리고 살캉살캉 씹히는 통새우살이 코끝까지 향기를 뿜어 올린다. 달고 짠 맛의 ‘단짠’ 조합이 근사한 데리야키 소스가 가지딤섬의 맛을 업그레이드시켰다. 바삭한 가운데 촉촉함, 감미로운 가운데 짭조름함, 녹진한 가운데 개운함이 감돌면서 딤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단, 바로 튀겨내 아주 뜨겁기에 후후후 세 번 불어 먹어야 한다.

맛있는 딤섬은 중국차와 함께할 때 빛을 발한다. 매장에는 중국에서 직수입된 고급 우롱차가 마련돼 있다. 우롱차는 은은한 향으로 입안을 산뜻하게 씻어주고 딤섬 한 점, 한 입 사이에 운치 있는 쉼표를 찍어 준다.

중식 가정식을 맛보고 싶을 때도 이곳을 권한다. 차슈덮밥, 완탕쌀국수는 한 끼 가볍고 맛있게 먹기에 좋은 메뉴다. 딤딤섬의 주방은 홍콩 셰프들이 지휘하고 있다. 중국 현지식 조리법과 식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딤딤섬=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176 센트럴시티, 차슈창펀 8000원, 가지딤섬 5500원
#딤섬#쌀피#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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