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를 특정 종목에 대한 ‘가족 합산’에서 ‘개인 보유분’ 과세 방식으로 변경하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주식투자자를 중심으로 가족 합산 규정이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이어진 데다 ‘동학개미’들의 민심 이탈에 놀란 여당마저 정부를 압박하자 한발 물러난 것이다. 대신 양도세 과세 대상을 한 종목 당 3억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대주주 기준 완화로) 국민들이 증시 불안이 올까봐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걱정하고 있다”며 “어차피 2023년부터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 양도세 과세가 확대되는데 2년간은 현행대로 가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달라”고 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도 “개별 종목 주식을 3억 원 이상 가졌다고 대주주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3억 원 이상부터 양도세를 부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동학개미라고 하는 개인 주주들의 역할이 컸다”면서도 “(대주주 요건 완화는) 증세 목적이 전혀 아니고 자산소득과 근로소득 간 과세 형평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획대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뜻이다.
대신 세대별 합산 과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우 의원의 지적에 “인별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현행법상 주식 한 종목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주주에 대해선 대주주로 간주하고 주식을 팔 대 양도 차익에 대해 22~33%(지방세 포함)를 과세한다. 정부는 2017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1년 4월부터 10억 원 기준을 3억 원 이상으로 낮춰 과세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이때 주식 보유액을 본인을 포함해 배우자, 자녀,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손자녀 등 가족이 보유한 주식의 합산으로 따져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들의 주식 보유 현황까지 파악해야 하는 ‘양도세 연좌제’라는 논란이 일었다.
정책 시행 시기가 다가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식 양도세 폐지 청원을 올리는 등 크게 반발했다. 증권업계도 연말 대주주 요건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의 매물 폭탄이 쏟아져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반발을 샀던 가족 합산 규정이 개선되면 투자자들의 불만도 다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당 일부 의원들이 대주주 주식 보유액 기준을 3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도 보류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도 대주주 요건 확대와 관련해 “원칙적으로는 기존 정해진 정책방향을 지켜야 하지 않나 하고 있다”면서도 “10억, 3억 원이라는 과세 기준이나 어디까지 합산할 것인가 하는 합산 모형 부분도 (논란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부분을 조금 더 논의하거나 의견을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정부는 연말에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에 맞춰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대주주 요건 관련 규정이 추가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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