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들 부동산 규제 강화되자 기존 집 처분해 꼬마빌딩 투자
주택에 비해 빌딩대출 규제 덜해
건물가격 60∼70%까지 대출 가능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44)는 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꼬마빌딩을 사들였다. 매입 가격은 25억 원. 이 중 17억 원은 은행 대출을 통해 조달해 실제 들인 자금은 취득세와 중개수수료까지 포함해도 약 9억 원이었다. 2주택자였던 그는 아파트 한 채를 팔아 이 돈을 마련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는 그대로 남기고 서울 강동구 아파트(전용면적 59m²)를 11억 원에 판 것. 주택 보유세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내년 6월부터는 양도소득세까지 늘어난다는 소식에 아파트 처분을 결심했다. 그는 “재력가는 돼야 빌딩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파트 매각 금액으로 빌딩을 사고도 오히려 돈이 남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크게 늘리는 등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팔아 꼬마빌딩을 매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주택 가격이 급등해 거둔 시세 차익을 종잣돈으로 삼아 빌딩 대출은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 꼬마빌딩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도 연일 상승세다.
7일 토지건물 정보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내 꼬마빌딩(매매가격 100억 원 이하)의 평균 매매가격은 연면적 3.3m²당 4614만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연면적 3.3m²당 3643만 원)과 비교하면 26.7% 올랐다.
가격 상승은 최근 두 달간 두드러졌다. 올해 7월만 해도 서울 꼬마빌딩의 연면적 3.3m²당 평균 가격은 3666만 원으로 올 초와 큰 차이가 없었다.
부동산업계는 주택 시장 규제가 빌딩 수요에 불을 붙인 것으로 해석한다. 정부가 올해 7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올리기로 하고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도 인상하기로 하며 빌딩으로 관심이 향했다는 것이다. 빌딩중개업체인 빌사남의 김윤수 대표는 “7월 이후 아파트를 팔고 빌딩을 사고 싶은데 적당한 매물이 없냐는 문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주택보다 대출 규제가 적다는 점도 투자 수요를 높였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황모 씨(48)는 지난달 시중은행에서 24억 원을 대출받아 강남구의 한 근린생활시설 빌딩을 35억 원에 매입했다. 실제 투자 금액은 취득세 등을 포함해 약 13억 원. 주택 3채를 보유했던 그는 올해 7월 송파구 아파트(전용면적 83m²)를 17억5000만 원에 처분해 이 자금을 마련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빌딩은 주택과 비교해 대출 규제가 덜한 편”이라며 “시중은행에서 빌딩 가격의 60∼70% 수준까지 담보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량은 많지 않다. 수요는 급증했지만 매물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꼬마빌딩 거래 건수는 114건으로 지난해 9월(179건)보다 줄었다. 이 팀장은 “서울 주요 입지의 수익률 좋은 꼬마빌딩은 매물로 잘 나오지 않는 편이어서 평소에도 월 거래량이 200건 내외”라며 “공급이 수요를 뒷받침해주지 못해 한동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