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당시 회계부정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체포동의요구서가 제출된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의 체포 동의를 의결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인 15일 이전에 본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15일 이전에 원포인트 본회의를 여는 것에 민주당이 국정감사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예정된 본회의는 28일에나 열린다.
정 의원은 공직선거법상 회계부정 혐의 외에도 정치자금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간 검찰 소환에도 불응해왔다. 법원에서 체포 필요성을 인정한 것도 그만큼 혐의가 무겁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소속 의원들의 부정부패를 막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며 지난달 정치개혁TF까지 만들었던 민주당이 비리 혐의 의원을 보호하는 ‘방탄 국회’를 재연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은 국민의 대표가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억압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우리 헌정사에서는 비리 정치인의 방패막이로 많이 악용돼온 것이 사실이다. 건국 이후 20대 국회까지 제출된 총 57건의 체포동의안 중 80%에 육박하는 44건이 부결·철회되거나 처리 시한을 넘겨 폐기된 것을 봐도 국회가 비리 동료를 감싸는 일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알 수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주요 법안들에 대해 야당을 배제한 채 ‘입법 독주’를 이어왔다. 그랬던 민주당이 국감 일정을 이유로 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언제까지 임기 시작 때의 허울 좋은 선서에만 그치게 할 것인가. 민주당은 더 이상 구차한 이유를 달지 말고 15일 이전에 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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