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미국에 가서 가장 두려워하는 일 중 하나가 병원 방문입니다. 한국말로도 콕 집어 설명하기 힘든 증상을 의사에게 영어로 말해야 한다면 정말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었습니다. 의료진은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병세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배워둘 만한 ‘병원 영어’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He had a little cough and fever. More than anything he’s felt run down.”
입원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숀 콘리 주치의는 대통령의 증세에 대해 “기침과 열이 조금 있었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극도의 피로감이다”라고 말합니다. ‘Run down’은 다용도 표현인데요. 건물이 허물어질 정도로 낡았을 때, 배터리가 나갔을 때, 감기몸살로 완전히 녹초가 됐을 때 모두 씁니다. 그냥 ‘피곤하다(tired)’ 수준이 아니라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들 정도로 에너지가 빠져나갔을 때 유용한 표현입니다.
△“We all know the president’s an impatient man, has he been itching to get out of here?”
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사흘 만에 퇴원했습니다. 퇴원 날 회견에서 한 기자가 콘리 주치의에게 묻습니다. “우리 모두 대통령이 참을성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안다. 병원에서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하던가요?” ‘itch’는 ‘가려움증’이라는 뜻인데요. 벌레에 물려 가려운 데 바르는 연고의 광고 문구를 보면 ‘Fast itch relief(빠른 가려움증 완화)’라고 쓰여 있지요. 여기서는 진짜로 몸이 가렵다는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근질거린다는 의미겠죠.
△“He has not been on any fever reducing medications for over 72 hours.”
퇴원 날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병세 호전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난 72시간 동안 해열제 복용은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Are you on any medications?(지금 복용 중인 약이 있습니까?)” 미국 병원에 가면 십중팔구 받게 되는 질문이지요. ‘On’ 대신에 ‘taking’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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