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20만원 판매 글, 한국 아닌 줄…미혼모 먼저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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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9일 0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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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CBS 인터뷰
“미혼모, 범죄인지도 모르고 있어…심리상담·입양 도와야”
“현재 父양육비 미지급, ‘운전면허 정지’가 전부”

제주 20대 미혼모가 중고 물건 거래 앱에 아기를 20만 원에 넘기겠다는 글을 올려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그냥 미쳤어, 미쳤네. 이 말밖에 안 나왔다”며 “이 엄마의 심리상태에 대해서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 미혼모가) 아이를 키웠을 경우에 더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면 분리하거나 입양도 고려해 봐야 된다고 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무리 엄마들이 키우다가 미워도 아이를 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며 “잘못한 것을 깨닫고 내가 정말 키우겠다고 하면 도움을 줘야 되겠지만, ‘아무리 도와줘도 나는 정말 못 키우겠다’고 하면 입양이 될 수 있도록 그 절차를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미혼모 A 씨는 13일 혼자 병원에 들러 아기를 낳았다. A 씨는 출산 직후 입양 의사를 전했고, 당일 상담을 받았다. “입양 보내려면 숙려기간 7일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은 A 씨는 16일 산후조리원에서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됐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17일 A 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 아빠가 곁에 없어 키우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며 “미혼모센터로부터 입양 절차를 상담하던 중 홧김에 글을 올렸다가 잘못된 행동인 것을 깨닫고 삭제했다”고 말했다. 현재 A 씨와 아이의 건강 상태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입양에 대한 상담을 받다가 그 절차나 기간이 너무 까다롭고 길어서 홧김에 아이를 판다는 글을 올렸다는데, 당연히 거쳐야 되는 절차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까다롭다는 이유로 빨리 본인이 해결하려고 (중고 거래 앱에) 올렸다는 게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범죄 행위인데도 본인이 그거를 그때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 때 가족의 지지가 있다고 그러면 견딜 수 있을 건데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이런 것을 간접적으로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서 이미 학습한 여성들은 아이를 낳기 전부터 아이를 포기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월 소득이 152만 원 미만일 경우에는 아이가 18살이 될 때까지 월 20만 원을 지급 받는다”면서도 “아주 가난한 미혼모들만 들어갈 수 있는 미혼모 시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미혼모만을 지원하는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양육비를 안 주겠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강제할 법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올해 5월에 아빠가 양육비를 미지급을 하게 되면 운전면허를 정지할 수 있는 것이 새로운 장치고, 그 외에는 아무런 법적 제재가 없다”며 “아이의 아빠를 찾아내고 그다음에 이 아이 아빠가 유전자 검사에 동의를 해야 되는데 그 과정까지 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불가능한 경우가 너무 많다”이라고 지적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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