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집권 여당의 1인자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한 이낙연 대표가 19일로 취임 50일을 맞았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앞세워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몰아칠 듯 했던 ‘이낙연 대세론’의 바람이 예상보다 주춤한 사이 재판 족쇄를 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 레이스의 가속 페달을 한층 더 세게 밟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6일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여론 조작 혐의 관련 항소심 공판도 예정돼 있다. 결과에 따라 여권 차기 대선 구도가 다시 한번 출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이자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인 이 대표는 당 대표 경선에서 ‘위기 극복의 적임자’를 앞세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방역, 경제 위기 등을 극복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첫 최고위에서 국난극복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을 시작으로 당내에 20여 개가 넘는 태스크포스(TF)와 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날도 주택 문제를 다룰 미래주거추진단과 바이오산업을 챙기는 바이오헬스본부를 신설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개발 업체, 어린이 공부방, 필수노동자 사업장 등 매주 현장 방문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지난달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 포인트 차이로 이 지사에게 1위를 내줬고, 16일 발표된 조사에서 두 사람의 격차는 3% 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입법이 뒷받침 돼야 이 대표의 성과물이 나올텐데 아직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집권 여당 대표라서 각종 현안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최근 흐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운영의 한 축인 야당을 고려하다보니 입법 드라이브를 제대로 걸 수 없었다는 의미다.
이 지사는 16일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움직임이 한층 더 가벼워졌다. 이 지사는 연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국민 기본소득 등 ‘이재명표 정책’을 강조하고, 보수 진영과도 주저 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 지사가 최근 의원들과도 자주 통화하고 만난다”고 전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도,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생)도 아닌 탓에 취약한 당내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달아오르고 있는 두 사람 간 경쟁에서 김 지사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친문 인사는 “만약 다음달 6일 항소심에서 김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2012년, 2017년 대선을 치렀던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들이 결집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 레이스가 양자 구도가 아닌 2.5 또는 3자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김 지사가 항소심에서 또 실형을 선고 받는다면 민주당 대선 후보 쟁탈전은 이 대표와 이 지사 간 양강 경쟁으로 급격히 고착될 수도 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김 지사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가 차기 대선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 대표와 이 지사는 한층 더 본격적으로 친문 진영을 향한 구애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