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독감주사 맞아도 되나” 불안… 국내 확인 사망사례는 1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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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고교생 이어 고령자 잇단 사망
고창 70대, 당일 “이상없다” 통화… 같은 병원서 맞은 94명은 괜찮아
예약취소 늘고 “돈내고 맞겠다”… 전문가 “접종 거부해선 안돼”

20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고 있다. 앞서 인천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18세 고교생이 16일 사망한 데 이어 전북 고창군과 대전에서 각각 독감 백신을 맞은 70대와 80대가 20일 숨진 채 
발견되자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뉴스1
20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고 있다. 앞서 인천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18세 고교생이 16일 사망한 데 이어 전북 고창군과 대전에서 각각 독감 백신을 맞은 70대와 80대가 20일 숨진 채 발견되자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뉴스1
전북 고창군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주사를 맞고 하루 뒤 숨진 A 씨(78·여)는 고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었다. 하지만 독감 접종 전후로 특별한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A 씨는 혼자 살고 있어 방역당국이 정확한 몸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날 대전에서도 B 씨(82)가 독감 접종 후 5시간 만에 숨져 방역당국이 역학 조사에 나섰다.

○ 독감 예방주사 맞은 고령자 잇달아 사망

20일 전북도에 따르면 A 씨는 독감 백신을 맞은 19일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건강 상태가 이상하다고 주변에 말한 적이 없었다. A 씨는 이날 오전 9시 20분경 동네 의원에서 접종을 받은 뒤 오후 5시경 이웃 주민과 통화했다. 오전에 함께 의원을 갔던 이웃이다. 이때 서로 건강 상태를 물었는데, A 씨는 “이상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접종 후 적어도 약 7시간 40분 동안은 별도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독감 예방접종 주사를 맞으면 가벼운 몸살 증세가 나타나는 등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백신에 포함된 항원이 면역체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몸이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획득하는 과정이다. 특히 노년층에게 보건당국이 몸 상태가 좋은 날 접종하도록 안내하는 이유다. 전북도 관계자는 “접종 후 과도한 신체적 활동으로 급격히 피로해지며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21일 유가족과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A 씨가 맞은 백신에 대해 이상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다. A 씨를 포함해 19일 해당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은 총 100명이다. 고창군보건소에 따르면 이 중 사망한 A 씨를 제외한 99명 가운데 94명은 이상 반응이 없었다. 나머지 5명은 연락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전에서 숨진 B 씨는 고령이긴 하나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건강한 상태에서 주사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 독감 접종으로 인한 사망은 1건

지금까지 국내에서 독감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2010년 1건이다. 65세 여성 한 명이 2009년 10월 접종 후 두 팔과 두 다리의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났고, 입원 치료 중 폐렴 증세가 겹치면서 이듬해 2월 사망했다. 숨진 여성은 질병관리청 산하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독감 백신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받았다. 2009년 가을 독감 접종 후 고령자 8명이 숨졌지만 이 여성 한 명만 백신과의 인과 관계가 확인됐다.

통상 접종 후에는 접종 부위가 붓거나 열과 몸살 기운이 드는 가벼운 전신 반응이 나타난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중증 이상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가 대표적이다.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이 혼탁해지고 쓰러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드물게 길랭바레 증후군이 찾아올 수도 있다. 이 증후군은 사람 몸속 면역체계가 바이러스가 아닌 몸속 신경계를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보통 다리부터 기운이 빠지면서 전신으로 마비가 진행된다. 아나필락시스는 일반적으로 접종 직후, 빠르면 15∼30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접종 뒤 수일 내에 증상이 찾아올 수 있으며 1∼3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마비가 서서히 확대될 수 있다.

독감 백신 접종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이 많다. 병원 현장에서는 예정됐던 접종을 취소하거나, 무료 접종 대상자가 유료 접종을 선택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독감 백신을 둘러싼 우려가 지나친 공포로 확대될 경우 ‘트윈데믹’(두 가지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 예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망과 독감 백신이 연관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접종으로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접종을 안 하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 평균 2900명 정도로 적지 않다. 이 중 90%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자다.

전주영 aimhigh@donga.com / 고창=박영민 / 대전=이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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