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거짓말’ 은수 생사여부 논쟁 뜨거워…김지은 작가 “완벽한 해피엔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5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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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불행한 드라마 주인공이 또 있었을까. 24일 최종회에서 채널A 드라마 최고 시청률 8.6%(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를 기록한 ‘거짓말의 거짓말’의 주인공 ‘지은수’(이유리) 얘기다. 가정폭력, 남편을 죽였다는 누명, 10년간의 억울한 옥살이, 감옥에서 겪은 딸과의 생이별, 10년 만에 되찾은 딸의 투병까지. 평범한 일상이 사치였던 은수의 비극에 시청자들은 “제발 은수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내며 함께 울고 웃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김지은 작가는 “‘은수에게 제발 기적 같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본을 썼다”고 했다.

“시놉시스에 소설 ‘빨강머리 앤’의 한 구절을 썼어요.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거니까요’라는 구절이죠. 은수의 삶도 잔혹하리만큼 생각대로 풀리지 않지만 부디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어요. 로또에 당첨되는 기적 말고 그녀가 행복해지는 기적이요.”

황폐했던 은수에게 처음으로 온기를 느끼게 해 준 ‘강지민’(연정훈)과 딸 ‘강우주’(고나희)라는 기적이 찾아왔듯 드라마는 김 작가에게도 생각지 못한 기쁨을 안겼다. SBS ‘청담동 스캔들’, MBC ‘전생의 웬수들’ 등 100부작이 넘는 연속극을 집필해 온 그가 처음 사전제작 미니시리즈를 쓰면서다.

“상처를 받을까 댓글을 잘 안 봐요. 이번엔 사전제작이라 여유가 생겨서 댓글을 봤는데 ‘묘하게 힐링이 된다’는 반응을 보면서 제가 더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작가는 방안에 박혀 세상과 단절돼 글을 쓰는 외로운 직업이거든요.이번에 댓글을 보며 시청자들과 함께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하철역 10개 거리 정도는 거뜬히 걷는다는 김 작가는 산책하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부녀의 모습을 보고 드라마 소재를 처음 떠올렸다.

“잠수교를 걷던 중 우주 또래의 딸과 아버지가 자전거를 옆에 두고 셀카를 찍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어요. 두 사람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한 여성이 있었고요. 아버지와 딸이 있는 프레임 안에 엄마로 추정되는 그 여성을 넣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그 과정을 가장 어렵고 힘들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었죠.”

드라마 전반을 관통하는 감정은 부모의 사랑이다. 은수와 지민은 물론, 은수의 시어머니 ‘김호란’(이일화), 지민의 전 아내 ‘은세미’(임주은)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녀를 지키기 위해 온 몸을 내던진다.

“드라마 시장의 플랫폼과 소재 변화가 너무 빨라서 고민이 많았어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로마의 휴일’ 같은 고전들을 그 시기에 몰아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본질은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죠.인간의 본성 중 변치 않는 사랑, 그 중 가장 깊은 사랑의 감정인 모성애를 소재로 정면승부를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배우들의 열연도 드라마의 인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은수는 강인하면서도 여림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야 했고 지민은 감정이 메마른 은수를 서서히 변화시킬 수 있는, 따뜻하고 신뢰가 가는 배우여야 했다.

“이유리 배우와 첫 미팅 때 유리 씨가 얘길 하며 웃는데 그 환한 미소 끝에 이상하게 마음이 짠해지면서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느낌이 있었어요. ‘지은수가 사람으로 걸어 나오면 유리 씨 같은 느낌이겠구나’를 확신했죠. 연정훈 배우는 ‘막걸리를 와인 잔에 따라 마셔야 해’라고 말해도 그게 맞는 것 같은, 신뢰가 가고 똑똑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배우예요. 그게 강지민과 맞아 떨어졌죠.”

우주 역의 고나희 양은 감독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실제 소리를 질렀을 정도였다.

“오디션 날 감독님이 나희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와!’하는 탄성이 나왔어요.나희는 제가 상상했던 복숭아같이 희고 사랑스러운 우주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었거든요. 연기는 어지간한 성인 배우 넘어설 정도로 깊었죠. 2회에서 은수가 우주를 껴안는 장면이 있어요. 나희 양이 놀라움, 두려움, 그 속에서도 피가 당기는 것처럼 이 사람에게 이끌리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낸 걸 보고 소름이 돋았죠.”

은수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그는 결말에 대해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못 박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은수가 아버지의 납골당에 먼저 와 지민과 우주를 기다리고 있어 시청자들 사이에선 은수의 생사 여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붙었다. 은수가 살았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상당수는 “은수가 흰 옷을 입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죽은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해석을 시청자 각각에게 맡긴 열린 결말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작가가 나서서 결말이 뭔지 확실히 밝히는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올 정도였다.

“은수는 아버지 납골당 옆으로 ‘윤 비서’(이원종)의 봉인함을 들여오는 작업을 돕기 위해 먼저 도착해있던 거예요. 은수는 어디에선가 지민, 우주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열린 결말은 없는 꽉 막힌 해피엔딩, 완벽한 해피엔딩입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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