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융합팩토리] 틴고랜드 하현호 대표 “아이언맨, 펭수를 찾는다면? 띵고”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1월 3일 15시 12분


콘텐츠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우리나라의 K-Pop, 드라마, 방송, 게임 등의 콘텐츠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해외의 기업들도 모바일 뿐만 아니라 OTT서비스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며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 이하 콘진원)은 콘텐츠 창작자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융합콘텐츠 분야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를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콘텐츠의 창작 및 창업 생태계 구축으로 융합콘텐츠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올해에는 ‘팩토리랩(융합 콘텐츠 및 응용기술 분야, 32팀)’, ‘크리에이터랩(온라인·디지털 뉴미디어 콘텐츠 분야, 21팀)’, ‘론칭랩(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수료자 후속 사업화 지원, 23팀)’ 등 3개 분야로 나눠 참가팀을 모집해 진행 중이다.

2019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우수 프로젝트 시상식,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우수 프로젝트 시상식,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는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총 691건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콘텐츠 제작활동비와 맞춤형 멘토링을 지원했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을 알리는 유튜브 채널 ‘블라이미(Blimey)’는 2017년 아이디어 융합팩토리에 참가할 당시 500명이었던 구독자 수가 37만 명에 도달해 현재 약 55만 명으로 성장했으며, 2019년 론칭랩에 참여해 굿즈 제작 등 커머스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한, 맞춤형 당뇨 관리 정보콘텐츠 제공과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닥터다이어리는 2016년 팩토리랩에 참가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현재 앱 누적 다운로드수 32만 건으로 당뇨인에게는 필수적인 앱이 되었다.

올해 아이디어 융합팩토리에 참가한 스타트업의 젊은 창업자들을 만나 그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타트업이라는 도전에 나섰는지, 현재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먼저 소개할 이는 ‘당신을 설레게할 띵을 찾아드린다’는 목표아래 펀샵(Fun-Shop) ‘띵고’를 개발/운영하고 있는 틴고랜드의 하현호 대표다.

건담, 펭수 찾는 어른을 위한 놀이터, ‘띵고’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틴고랜드는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하현호 대표(이하 하 대표): 틴고랜드는 펀샵 모음 플랫폼 '띵고'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외 키덜트(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 시장과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 상품 시장에 맞춰, 좋아하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위한 큐레이션(추천) 플랫폼이다.

IT동아: 그.. 펀샵이라면,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재미있는 제품을 말하는 것인가.

하 대표: 맞다. 그중에서도 띵고가 집중하는 것은 캐릭터 상품이다. 자체 조사한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상품 시장 규모는 약 12조 원에 달한다. 이 중 주로 20~30대가 소비하는 캐릭터 상품 소매 시장 규모는 7,000억 원으로 피규어와 프라모델, 게임/오락 관련 상품, 캐릭터 문구/팬시 제품 등이다.

국내 캐릭터 상품 시장, 출처: 틴고랜드
국내 캐릭터 상품 시장, 출처: 틴고랜드

우리는 주변에서 캐릭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넷플릭스, 왓챠 등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는 OTT 서비스가 등장, 확장해 캐릭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극장에서 개봉하는 캐릭터 기반 영화, 애니메이션은 2016년 월평균 1.75편, 2017년과 2018년은 월평균 2.5편, 2019년은 월평균 3.25편으로 증가했다. 디즈니, 픽사 등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새로운 작품을 찾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관심은 캐릭터 상품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아니, 폭발적인 성장이다. 시선을 10년 전으로만 돌려봐도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장이지만,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출처: 틴고랜드
출처: 틴고랜드

IT동아: …맞다. 기자 주변에도 고가의 건담 프라모델을 구매해 조립하고 도색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 많다. 특히, 얼리어답터일수록 이러한 성향이 짙다.

하 대표: 이상한 것이 아니다. 반지의제왕 영화 개봉 후 원작 소설 판매량이 늘어나고, 해리포터 영화 개봉 후 영화 속 소품, 캐릭터 피규어, 관련 상품 판매량이 늘어났다. 마블의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스파이더맨, 토르 등 캐릭터 상품을 흔히 볼 수 있다. 단순히 피규어뿐만 아니라 캡틴아메리카 방패가 그려진 티셔츠도 같은 캐릭터 상품이다.

그런데, 국내에는 캐릭터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이 많지 않다. 아니,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일부 카페나 커뮤니티 등에서 상품 정보를 대부분 공유하는데, 정돈되지 않은 정보 체계에서 내가 원하는 캐릭터 상품 정보를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즉, 상품은 고사하고 정보 조차 구하기 어렵다. 유튜브에서 캐릭터 상품을 소개하는데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거 어디서 사셨어요? 제발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틴고랜드 창업 초기 하 대표(좌)와 공동창업자(우) 모습, 출처: 틴고랜드
틴고랜드 창업 초기 하 대표(좌)와 공동창업자(우) 모습, 출처: 틴고랜드

그래서 만든 것이 띵고다. 띵고는 상품 이미지, 상품명, 가격 정보 등을 바탕으로 인터넷/모바일 속 정보를 크롤링해 찾는다. 그리고 이렇게 찾은 정보를 사용자에게 잘 정돈해서 인터넷(홈페이지)과 모바일(앱)로 보여준다.

캐릭터 정보를 한곳에 모을 수 있다면?

IT동아: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창구를 열어주는 것인가.

하 대표: 맞다. 정보의 불균형,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싶었다. 같은 상품을 누구는 쉽고, 빠르게 정보를 얻어 저렴하게 구매하고, 누구는 한참을 뒤져가며 간신히 찾아 비싸게 산다. 잘못된 일 아닌가.

IT동아: 음… 맞다. 관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정보를 구하고, 그 집단에서만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니 아무렇게나 추천하기도 그렇고.

하 대표: 띵고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한가지 더 있다. 우리는 띵고 안에서 활동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사용자의 주 관심 카테고리, 선호 캐릭터 속성, 선호 상품 유형, 소비 상품 금액 등을 파악해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누구나 원하는 캐릭터를 쉽게 찾고, 관련 상품을 구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출처: 틴고랜드
출처: 틴고랜드

IT동아: 띵고 서비스를 개발한 이유가 궁금하다. 단순히 ‘사람들이 제품을 잘 못 찾아서’라고 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은데.

하 대표: 하하. 캐릭터를 워낙 좋아한다(웃음). 토이스토리를 처음 접하고 난 뒤, 관련 상품을 수집할 정도로 좋아했다. 어려서 캐릭터를 좋아했던 것인데, 20살 넘어서도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있더라. 어느 순간 주변에서 나 같은 사람을 키덜트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틴고랜드 창업 전에는 캐릭터 관련 일도 했다. 국내 최대 완구 기업인 ㈜영실업의 전략사업실에서 4년간 일하며 ‘콩순이’, ‘또봇’, ‘주주’ 등의 브랜드를 런칭하고 관리한 바 있다. 그리고 2016년부터 국내 키덜트 시장을 분석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소비문화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매년 20% 이상씩 성장하더라. 그때 결심했다. 지금의 띵고를 만들겠다고(웃음).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띵고

IT동아: 재미있어 보인다.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아 보이고(웃음).

하 대표: 맞다(웃음). 이제 막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이 조금씩 관심도를 높여 진성 소비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결국 시장 확대는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주체, 놀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야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 띵고를 통해 이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

출처: 틴고랜드
출처: 틴고랜드

IT동아: 띵고에서 직접 결제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인지.

하 대표: 준비하고 있다. 띵고에 접속해서 제품을 클릭하면, 현재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로 연결해드리고 있다. 제품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쉽게 바로 연결해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내년 1분기 자체 결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조금씩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다.

처음 기획을 세우고 홈페이지와 앱을 외부로 구축했는데, 여러 문제를 겪으면서 내부에 개발자를 충원, 자체 경쟁력을 높였다. 총 직원은 6명인데, 개발자가 3명이다. 고민이 많다. ‘정말 이게 맞는 길일까?’, ‘덩치를 늘려나가는 것이 맞을까?’라는 의심이 뒤따랐다.

지금은 확신한다. 30일 이내 재방문 비율은 54%에 이르고, 6개월 내 재구매율은 89%에 이른다. 월별 MAU는 꾸준하게 늘고 있으며, 거래 규모도 우상향 그래프를 기록하고 있다(지난 9월 기준 1억 원을 넘어섰다). 사용자 데이터도 계속 쌓아가고 있어, 상품 추천 및 타겟팅 노출 등으로 활용 중이다.

지금의 틴고랜드를 만들어 준 융합 팩토리

IT동아: 착실하게 준비한 느낌이다.

하 대표: 도움을 많이 받았다. 2018년 6월, 아이디어 융합팩토리의 팩토리랩에 지원한 뒤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되면서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띵고를 조금씩 완성할 수 있었다. 2019년 6월에는 론칭랩을 지원받으면서 띵고를 더 구체화할 수 있었고…, 이 자리를 빌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멘토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빈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멘토, 네트워크 측면에서 정말 많이 도움받았다. 우리와 같은 길을 먼저 걸었던 2년, 3년 선배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투자 지원 및 투자 유치 교육, 투자사 소개 등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멘토와의 연결이 정말 고맙다. 이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이제 막 창업한, 첫걸음을 걷는 아기와 같다. 멘토는 아기가 잘 걸을 수 있도록 돕는 보호자라고 생각한다.

여러 소개를 통해 투자도 받았다. 윤민창의투자재단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고, 올해 1월에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후속 투자를 받았다. 현재 누적 투자 금액은 2억 원 정도다.

2018 아이디어 융합팩로리 팩로리랩 우수 프로젝트 선정 모습, 출처: 틴고랜드
2018 아이디어 융합팩로리 팩로리랩 우수 프로젝트 선정 모습, 출처: 틴고랜드

IT동아: 힘들지 않은지.

하 대표: 힘들다. 스타트업 대표가 힘들지 않다면 말이 안된다(웃음). 최근에 많이 느끼는 바가 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너무 번아웃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씩 길게 보고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싶다. 아무래도 자금적인 갈증이 가장 크다. 돈이 없으니 좋아하는 캐릭터를 살 수가 없다. 이게 가장 크다. 장난감을 사야 하는데… 못 사고 있다(웃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가끔 따박따박 매달 월급 받는 친구를 볼 때면 ‘아…’하는 아쉬움을 느끼지만, 계획했던대로 한 단계씩 전진하는 재미가 있다. 처음 창업할 당시 생각했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검증하고 있고, 점점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크게 가지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본격적인 성장은 내년 1분기부터다. 앞으로도 우리 틴고랜드의 띵고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틴고랜드 팀원들의 모습, 출처: 틴고랜드
틴고랜드 팀원들의 모습, 출처: 틴고랜드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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