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이슈 선공 vs 보수결집 반격… “美역사상 유례없는 혈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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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의 선택]美대선 레이스 10개월 대장정 마무리

2월 3일(현지 시간) 민주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리며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미국 대선 레이스가 10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미국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종 차별 △선거 불복 시사 △연방대법관 지명 △가족 비리 등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이슈도 잇따라 터져 나왔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은 기존 대통령들과 정치 스타일이 크게 다른 트럼프 대통령, 미국 사회의 정치 이념 양극화 때문에 논란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6월 이전부터 미국 대선전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3월부터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트럼프 대세론’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가 백인 경찰관의 목 누르기로 사망하면서 촉발된 인종 차별이 미국 사회를 뒤흔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또 하나의 악재가 됐다.

두 후보 간 본격적인 혈투는 8월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된 전당대회(8월 24∼27일) 약 2주 전인 8월 11일 바이든 후보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비(非)백인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인종 차별 이슈를 부각시키고, 트럼프 행정부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여겨져 온 고위 인력의 다양성 부족 문제를 지적하려는 의도가 담긴 전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직후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내가 재선되지 못한다면 미국은 끔찍한 방향으로 가고, 여러분의 ‘아메리칸 드림’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히며 출사표를 던진다. 그는 “민주당이 코로나19를 이용해 선거를 훔치려 한다. 민주당이 선거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부정 선거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층 결집을 위해 ‘선거 불복’을 시사하는 강공을 펼쳤다. 9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의 개표 시기와 정확성 관련 문제를 지적하며 대선 승패는 “결국 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리고 사흘 뒤 ‘낙태 반대’ 등 뚜렷한 보수 성향을 보여 온 에이미 배럿 제7연방 고등법원 판사를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한다. 백악관 안팎에선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연방대법원(보수 6명, 진보 3명)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움직임 속에서 6월 말∼7월 초 9∼10%포인트(바이든 우세·선거정보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기준)까지 나던 지지율 격차는 대선 1차 TV토론회 직전인 9월 29일 바이든 후보 49.4%, 트럼프 대통령 43.3%로 6.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TV토론회에서 잦은 끼어들기와 막말로 부정적 평가를 받은 데 이어, 10월 2일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지율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특히 10월 5일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한다며 차를 탄 채 깜짝 외출을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아들 비리’ 문제를 본격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캠페인과 광범위한 현장 유세를 통해 빠르게 격차를 만회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4일 보수 성향 매체인 뉴욕포스트가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50)가 2015년 자신이 재직 중이던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기업인 ‘부리스마홀딩스’의 임원을 아버지에게 소개했다는 이메일을 공개하자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바이든 후보는 관련 기록을 모두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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