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으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 지형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선고로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적자(嫡子)로 평가 받았던 김 지사의 차기 대선 출마도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진실에 한걸음 다가갔지만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김 지사의 결백과 무죄를 확신하며 진실 규명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심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 지사와 함께 법정을 지켰던 우원식 의원은 “(김 지사에 대한) 유리한 증언들이 나와서 기대를 했는데 속상하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의 최대 계파인 친문 진영의 상실감은 더 컸다. 친문 진영은 김 지사를 앞세워 재집권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영표 전해철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이 만든 연구 단체인 ‘민주주의 4.0 연구원(가칭)’도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판결로 김 지사의 대선 도전이 불가능해지면서 친문 진영에서 후보를 내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차기 대선 국면에서 친문 인사들의 ‘헤처모여’는 한층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판결로 여권 차기 대선 구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해온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향점을 잃은 친문에 대한 러브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박광온 사무총장, 최인호 수석대변인 외에 친문 의원들의 추가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김 지사 판결에 대해 “항소심 판결은 아쉽다. 대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도 특유의 스킨십을 내세워 본격적으로 친문 진영에 대한 구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수 변수’가 사라지면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대선 도전도 구체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원욱 의원 등 정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은 최근 ‘광화문포럼’을 만들고 사전 정비 작업에 나선 상태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추미애가 던진 부메랑에 김경수가 당했다’는 말이 다시 회자됐다. 드루킹 사건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2018년 1월 민주당이 정부 비판적 댓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루킹의 존재가 확인됐고, 김 지사의 연루 사실까지 드러났다.
한편 야당은 김 지사의 지사직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민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중요한 선거인 대선에서 대선 후보와 가장 측근에 있던 중요 인사가 대량으로 댓글을 자동 생산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사과하고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김 지사는 더는 도정에 피해를 주지 말고 스스로 사퇴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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