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간) 미국 대형 제약사 화이자가 독일 제약사 바이오앤텍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이달 말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 백신 기대감에 힘입어 이날 미 동부시간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10일 오전 0시 3분) 기준 미 뉴욕증시의 다우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36%,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3.22%, 나스닥 지수는 1.65% 급등했다. 화이자 주가도 장중 한 때 8%까지 올랐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증시도 장중 4~6%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화이자와 바이오앤텍은 올해 7월부터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며 미국 등 총 6개국에서 4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해당 백신을 2회 접종했다. 이중 절반인 2만2000여 명은 진짜가 아닌 가짜 백신(위약)을 접종받았다.
중간 분석 결과, 전체 대상자 중 9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 중 90% 이상은 위약을 접종받은 사람이다. 진짜 백신 접종자의 감염은 10% 미만이라는 뜻이다. 비록 중간 분석이지만 전문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로 기대한 50~75% 수준을 뛰어넘는 수치다. 90% 이상의 예방 효과는 전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아동 대상 홍역 백신과 비슷한 수준의 효과라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현재 FDA는 백신 허가를 위해 최소 3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50% 이상의 예방 효과를 요구하고 있다. 화이자의 백신이 이 기준을 충족한 만큼 무난히 허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승인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말까지 1500만~2000만 명분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빌 그루버 화이자 선임 부사장은 AP통신에 “우리가 어쩌면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우구르 사힌 바이오앤텍 최고경영자(CEO) 역시 “당초 백신 유효성이 60~70%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90% 이상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 놀랍다”며 “코로나19는 통제할 수 있다. 과학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그간 러시아, 중국 등은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서구 의료전문가들이 안전성과 효과에 의문을 제기해 코로나19 퇴치에 큰 기여를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세계적 의료강국인 미국과 독일의 유명 제약사가 참여한 만큼 이번 백신이 세계 누적 확진자가 5000만 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일종의 돌파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획기적 발전을 돕고 우리에게 희망의 근거를 준 (백신 개발에 참여한) 훌륭한 여성과 남성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신만으로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한 미국의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며 “코로나19와의 전투 종료가 아직 몇 달 남았다. 일부 미국인이 올해 말 백신을 접종한다 해도 전체 미국인은 내년까지 자신의 안전을 위한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손 씻기 등 방역 조치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증시 급등, 백신 곧 나올 예정, 90% 효과 보고, 정말 대단한 뉴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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