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세계적 기업이 임상 3상에 들어가면서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건 고무적이다.”
10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중간 분석 결과에 대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평가다. 감염병 백신 개발 단계에서 90%의 예방 효과가 나오는 건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인 만큼 섣부른 기대를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이어지고 있다.
○ 커지는 기대감 속 신중론 대두
화이자는 이르면 다음 주중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뒤 연내 생산에 착수할 방침이다. 순조롭게 이어지면 내년 초 미국 내에서 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한 우선접종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나라 공급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백신 공급 가격에 대한 기준도 밝히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이언 리처드슨 바이오엔테크 전략부문장은 “전 세계에서 널리 확보할 수 있도록 백신 가격을 시세보다 낮게 책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역과 국가에 따라 차등화하는 계획도 밝혔다. 의약계에선 미국에 공급될 화이자 백신의 접종비를 1인당 39달러(약 4만7000원)로 보고 있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백신 허가와 대량생산이 순조롭게 진행돼도 팬데믹(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접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겨울에 접종 완료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 주요국들도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에서 하루 수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전면 봉쇄령이 내려진 가운데 자칫 백신 개발 소식에 개개인의 방역 인식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염병 전문가 피터 호비 옥스퍼드대 교수는 “백신 개발 소식은 웃음이 귀까지 걸리게 하지만, 우선 자세한 내용을 보고 최종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백신이 우리들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일으키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 안전성·지속성은 아직 미지수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mRNA)이다. 안전성 등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mRNA 백신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전례가 없다”며 “효능이나 안전성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중간 분석 결과가 두 번째 접종 후 1주일이 지난 시점에 조사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항체의 지속 기간이 충분한지 판단하기에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통상 50% 이상의 예방 효과가 최소 6개월 지속돼야 유용한 백신으로 본다. FDA는 마지막 접종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의 효력을 기준으로 긴급사용 승인 허가를 내준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 백신의 2차 접종 후 2개월이 지난 이달 셋째 주에야 어느 정도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중증환자와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면역 취약 계층에 대한 임상시험 데이터가 빠진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안전성과 효능이 확인된 뒤에는 대량 생산과 유통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영하 75도에서 6개월, 영상 2∼8도에서 5일까지 품질이 유지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액체질소가 담긴 특수용기에 해당 백신을 담아 유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화이자가 고안한 특수용기를 쓰면 유통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빠른 시일 안에 대량 접종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