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략복국요편’ 번역한 한중관계사료연구팀
명나라 시각으로 쓴 ‘임진왜란’…국내서 처음으로 번역-출간
“명군의 목적은 조선 돕기 아니라 왜군의 본토 침략 막는 것이었다”
“‘경략복국요편(經略復國要編)’은 명나라가 임진왜란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맥아더 장군이 쓴 ‘6·25전쟁기’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구범진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51)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대 총괄 지휘관을 지낸 송응창(1536∼1606)의 ‘경략복국요편’을 번역한 ‘명나라의 임진전쟁’(국립진주박물관) 1, 2권이 출간됐다. 국립진주박물관의 국내외 임진왜란 관련 사료 국역사업의 하나로 명나라 관점에서 임진왜란을 기록한 자료의 국내 번역은 처음이다. 번역을 맡은 한중관계사료연구팀 7인을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구 교수를 좌장으로 하는 연구팀은 김창수 충북대 산학협력단 연구원(40), 박민수 이화여대 사회과교육과 교수(41), 정동훈 서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39)와 서울대 역사전공 박사과정 이재경(34) 김슬기(32) 서은혜 씨(30) 등이다.
경략복국요편은 임진왜란 때 전선의 배후에서 병력과 물자 조달을 총괄하는 문관을 뜻하는 경략을 지낸 송응창이 1595년경 펴냈다. 조선 국왕과 관료, 북경의 황제와 고관, 전선의 사령관들과 주고받은 공문서와 개인 편지들로 이뤄져 있다. 빗발치는 병력 지원 요청과 미지근한 명나라 조정의 반응 사이에서 고뇌하는 송응창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는 임진왜란을 조선과 일본의 전쟁으로만 보는데 사실 명나라가 큰 축을 차지했다. 연구 관점을 동아시아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명나라 공문에 쓰인 행정용어 해독이 까다로워 1, 2권 번역에만 꼬박 2년이 걸렸다. 3∼5권은 내년에 나온다. 박 교수는 “이번 번역작업으로 조선시대 사료와 역사적 사실들을 대조해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송응창은 일본과 강화해 전쟁을 끝내려는 행보를 보여 선조는 물론 명나라 조정 강경파에게 주화론(主和論)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최영창 국립진주박물관장은 발간사에서 “송응창이 명 조정 일각으로부터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엮은 책”이라며 “(그럼에도) 각종 전투와 강화 교섭의 진행을 이해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책에서는 명군(明軍)의 목적이 단지 조선을 돕기 위함이 아니라 왜군의 명나라 본토 침략을 막는 것에 있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임진왜란을 항왜원조(抗倭援朝·왜적의 침략에 맞서 조선을 도움)라 칭하지만 사실은 조선을 방어막 삼아 명나라를 지키려 한 의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송응창은 ‘일본을 차단해 곧바로 산동(山東) 요동(遼東) 등으로 건너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조선의 힘이다’ ‘전라, 경상을 지키지 못하면 조선을 잃는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한다. 이재경 씨는 “송응창에게 내려진 명령은 ‘왜를 막아라. 그리고 가능하면 조선을 도와줘라’ 정도였다. 철저하게 명나라 방어가 목적”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 책이 임진왜란의 전모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 교수는 “명군이 군량을 비롯한 군수물자 확보를 얼마나 중시했고 이를 마련하는 데 얼마나 곤란을 겪었는지 등 그동안 확인 안 된 내용을 많이 알게 됐다. 많은 사람이 더 노력해야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빙산의 일각에 접근 가능하도록 했다는 데 이 책 번역의 의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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