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그동안 윤 총장의 국정감사 발언 논란에 대해 “그런 말을 하려면 직을 내려놓고 했어야 한다”고 에둘러 말한 적은 있어도 직접 사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윤 총장의 정치적 위상만 올려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직접적인 사퇴 압박을 피해 왔던 여권도 내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윤 총장의 정치적 행보와 함께 문재인 정부를 직접 겨냥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제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추 장관은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벌이는 것에 대해 “다분히 정치적 목적의 수사라고 여겨진다”며 “상당히 엄중하다”고 했다. 그는 “검찰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생명”이라며 “만약 선거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대권 후보 1위라고 하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도 “(윤 총장이) 정치를 할 생각이면 본격적으로 하는 게 맞고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게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정치적 야망을 드러낸 후 전광석화처럼 (월성 1호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했던 2018∼2019년에는 동일 사안을 이미 3건 각하했다”고 했다. 이어 “권력형 비리가 아닌데도 대대적 압수수색을 하고 감사원에서 문제 삼지 않았던 청와대 비서실까지 겨냥한다”며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고 정부의 민주적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편파 과잉 수사”라고도 했다. 추 장관은 오후에도 “윤 총장이 임기제를 방패 삼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정권을 흔들겠다는 생각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민주당 황운하 의원 질의에 “임기제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에 지휘 감독권자로서 좀 더 엄중하게 판단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윤 총장을 향한 ‘총공세’ 모드에 돌입했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지금 (윤 총장) 본인의 한마디 한마디가 주목받는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데, 검찰 조직 전체를 혼란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자중해야 한다”고 했다. 노웅래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애당초 중립을 지켰어야만 하는 검찰의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꼽히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 편향성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적었다.
야당은 오히려 추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이렇게 장기간 꼴사납게 다투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국민들은 참 짜증난다”며 “이 문제를 정리할 책임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당연히 추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희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 총장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낸 장본인은 문재인 정권과 추 장관”이라며 “추 장관이야말로 사퇴하고 다시 정치하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