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미세먼지 지도를 그릴 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4일 03시 00분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한동안 잊고 살았던 미세먼지가 돌아왔다. 기상 전문가들은 중국 쪽에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언제든 황사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중국에서 난방이 시작돼 황사와 관계없이 언제든 오염물질을 쏟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은 온데간데없고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불청객의 지속적인 방문이 예상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동안 물증이 없어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힘들었던 중국발 오염물질의 국내 유입이 입증되며 미세먼지 문제 해법의 실마리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달 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복지연구센터의 김화진 박사 연구팀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와 중국에서 장거리 이동해 온 오염물질의 인과관계가 증명됐다. 이 연구팀은 중국과학원(CAS) 연구진과 공동으로 고해상 실시간 측정분석기를 이용해 중국과 국내의 오염물질을 측정·비교하는 방법으로 중국발 오염물질의 국내 유입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3국이 각각 연구해 평균값을 발표했던 지난 한중일 연구와 달리 중국 연구진과 함께 도출한 결과로 중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낼 때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오염물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모든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조건은 대기 정체에 따른 국내 오염물질이 더해져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가 하나 나왔다고 중국이 갑자기 모든 것을 인정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리도 없다. 따라서 시간이 많이 걸릴 중국과의 협력에 앞서 우리 국민들이 숨 쉬는 공기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미세먼지 측정데이터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미세먼지는 날씨와 달리 지역별 편차가 극심하기에 각 지자체가 공기 질을 실시간으로 세분해 파악하고 지역에 맞춘 대책을 마련해야만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공기 질을 파악하는 일은 서울과 제주가 가장 잘 추진하고 있다. 서울과 제주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실시간 공기측정망을 구축해 실제 국민들이 숨 쉬는 공기 질을 파악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지역적 특성에 맞춘 데이터 수집을 하고 있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세계적으로도 큰 도시인 서울은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기온, 습도, 풍향, 풍속, 자외선 등 스마트시티의 기초가 되어 줄 다양한 요소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반면 제주는 변화무쌍한 기후를 가진 섬의 특성에 맞춰 고정형 측정기 외에 버스에 이동형 측정기를 설치해 버스의 이동경로에 따른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껏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외치면서 미세먼지에 대해 너무 몰랐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해 눈앞에 미세먼지가 닥치지 않으면 문제를 쉽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미세먼지는 자연적 발생 외에도 인간 활동 유무에 따라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미세먼지#중국#미세먼지 측정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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