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공약 실현됐다” 일선 검사들 격앙된 반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4일 20시 55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불이 켜져 있다. (서울=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불이 켜져 있다. (서울=뉴스1)
“검찰은 지금 폭발 직전의 화산과 같다.”

“검사 윤석열이 그렇게도 무섭다는 말이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를 결정하자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 공약이 실현됐다”며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평검사 회의 개최를 추진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도 감지된다. “그럴만한 캐릭터가 예상된 일을 했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일부 검사들은 이날 추 장관의 발표 직후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독촉해온 만큼 직무배제는 예상된 일이지만, 추 장관이 이를 실천할 줄은 몰랐다”, “추 장관이 아무래도 선을 넘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다들 벙 쪄서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는 말도 전해졌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여권 안팎에서 윤 총장을 퇴출하려는 여러 정치적 구상이 일사불란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는 시선도 있다. 여권이 윤 총장을 퇴출시킨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범시키고, 추 장관은 퇴진 후 서울시장 등 정치 행보를 재개한다는 여권 주변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정도로 파급력이 있는 결정을 추 장관 혼자서 결정하고, 검찰총장의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사후 보고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존재길래 이런 초강수까지 내리는지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윤 총장이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고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을 둘러싼 비리 혐의 수사를 끝까지 관철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에 여권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에서는 윤 총장이 앞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현실 정치와 선을 긋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기류도 있다. 일선의 한 차장검사급 간부는 “총장이 우리가 아니면 정의롭게 수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고 측근들만 요직에 잇따라 기용한 점 등에 대해 일선의 우려가 없지 않다”며 “총장이 국감에서 정치와 선을 긋지 않은 점은 검찰의 중립성에 큰 부담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추미애#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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