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폭발적 확산… 실내 활동 많아져 더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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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보다 춥다는 12월, 커지는 ‘코로나 공포’
바이러스 생존엔 겨울이 유리해도 밀접접촉 많아지는 게 더 큰 문제
난방하면서 환기 줄이면 치명적
날씨 연관 있지만 방역만이 해법… 거리두기 강화 등 선제적 정책을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나뭇가지에 생긴 고드름. 비교적 큰 추위가 없었던 지난겨울에 비해 올겨울은 여러 차례 기습 한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 중이라 방역당국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내려가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오래 생존하고 사람들이 따뜻한 실내에 모여 감염이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나뭇가지에 생긴 고드름. 비교적 큰 추위가 없었던 지난겨울에 비해 올겨울은 여러 차례 기습 한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 중이라 방역당국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내려가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오래 생존하고 사람들이 따뜻한 실내에 모여 감염이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겨울은 전례 없이 따듯했다. 2019년 12월∼올해 2월 전국 평균 기온은 3.1도. 197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올겨울은 다르다. 기상청이 최근 내놓은 3개월 기상 전망을 보면 12월은 평년(1981∼2010년)보다 추울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 2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지만 기습 한파가 잦을 것으로 보인다.

겨울이라면 추운 게 당연하지만, 올해는 추위 소식에 움찔하는 사람들이 많다. 추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겨울과 추위가 코로나19에 변수가 될 거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3차 대유행의 심각성을 설명하며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감염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북반구 휩쓰는 코로나19 ‘불길’
통계를 볼 때 추운 날씨가 코로나19를 부채질하는 경향성은 대체로 분명하다. 최근 날씨가 추워진 북반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일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역대 최고인 20만4163명을 기록했다. 10월까지만 해도 10만 명 이하였던 하루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유럽 국가들도 겨울철 재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하루 확진자가 6월 100명 이하로까지 떨어졌지만 11월 들어서 9만 명을 넘나들자 다시 봉쇄 정책을 발령했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다른 국가들도 겨울로 접어들면서 재유행의 낌새가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이달 들어 봉쇄 조치를 적용했지만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가을로 접어든 10월 하루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선 뒤 11월에는 2만 명 이상 확진받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상황도 심각하다. 방역당국은 2월의 대구 신천지예수교, 8월의 8·15 광화문집회 이후 11월 세 번째 대유행이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6일 확진자는 583명으로, 3월 6일 518명을 기록한 이후 8개월 만에 500명을 넘었다. 급증세의 기점은 11월 18일 신규 확진자가 81일 만(8월 29일 323명)에 300명대로 늘어나면서다.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양상이다.

○ 겨울은 코로나19 방역에 적?
왜 겨울로 들어서는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것일까. 우선 전문가들은 겨울이 코로나19가 퍼지기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날씨가 춥고 건조한 겨울은 여름에 비해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5∼10배 정도 길다”고 설명했다. 춥고 건조하면 바이러스가 가장 먼저 접촉하는 점막이 건조해져 병원체가 더 쉽게 침입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겨울이면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기 때문에 증상이 비슷한 코로나19와 함께 대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 우려도 나온 바 있다.

계절성과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주장하는 연구도 있다. 최근 호주 생물학 연구소인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미생물학회지에 “여름철에 비해 시원하고 습도가 낮은 봄과 가을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5∼7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물론 날씨 자체보다 날씨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에 코로나19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날씨가 추우면 사람들은 실내를 찾게 된다. 춥지 않다면 야외에서 할 수 있는 행사도 실내에서 하게 된다. 추운 게 싫으니 환기도 자주 하지 않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에 치명적이라는 ‘3밀(밀폐 밀집 밀접)’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실내로 들어가게 되면 야외에 있을 때보다 밀접 접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코로나19가 퍼지기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면 감염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겨울이라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실내 공간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게 코로나19의 가장 큰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난방을 틀면서 환기를 소홀히 하면 감염 위험이 더 커진다. 코로나19는 일반적으로 침방울이 눈이나 코에 튀는 등의 ‘직접 전파’의 형태로 감염된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오래 환기가 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에어로졸 형태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공기 감염’이 가능하다고 보는 추세다. 공기 감염 가능성을 부정하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5일 홈페이지에 “환기가 잘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코로나19 병원체가 최대 몇 시간 동안 떠다니며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CDC는 공기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근거로 “환기가 불충분하고 노래나 운동처럼 큰 호흡을 많이 하는 환경에서 6피트(약 1.8m) 떨어진 곳의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날씨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더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팀은 ‘환경 연구와 공중보건 국제 저널’에 지난달 26일 게재한 논문에서 “날씨 자체가 코로나19에 미치는 중요성은 3% 미만”이라며 외출 등 여행 34%, 실외활동 26%, 인구 규모 23%, 인구밀도 13% 순으로 사람들의 활동이 코로나19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봤다.

○ 최대 변수는 방역과 거리 두기
날씨가 추워지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과 달리 따뜻해진다고 해서 코로나19가 반드시 사그라드는 건 아니다. 현재 여름으로 접어드는 남반구 국가들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초기부터 빠른 봉쇄조치를 해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뉴질랜드는 26일 기준 누적 확진자가 2039명에 불과하다. 뉴질랜드는 3월 26일 첫 사망자가 발생하자 단호하게 국경을 폐쇄했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이 뉴질랜드를 ‘코로나 시대에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보도한 것도 이런 이유다.

반면 누적 확진자가 600만 명이 넘어가며 3위를 기록 중인 브라질은 지금도 꾸준히 하루 3만 명 내외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남반구의 겨울인 7월 하루 확진자가 7만 명에 달해 최대치를 기록한 것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브라질 6개 대학 연구진은 ‘코로나19 현황 기술 보고서’를 발표해 “최근 2주간 브라질의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며 “거의 모든 주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게 재확산 초기 단계라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날씨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짓는 방역정책에 따라 전혀 다른 확진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 겨울철 확산세 꺾으려면
날씨는 바꿀 수 없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적응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정책은 바꿀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겨울철 대유행을 막으려면 신중한 방역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부의 섣부른 거리 두기 완화가 지금의 재유행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2단계였던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로 완화했다. 9월 27일∼10월 10일 2주간 일평균 국내 발생 환자는 59.4명으로, ‘2주간 지역사회 일평균 신규 환자 수 50명 미만’이라는 1단계 요건에 미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 쿠폰까지 뿌리면서 이동과 모임을 장려하는 행태를 보였다. 경기 침체를 의식해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감염학회 등은 “거리 두기 완화 이후 효과적 조치 없이 1∼2주 지나면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이 겨울철 코로나19 대비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해온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방역당국도 이에 귀 기울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은 4월 브리핑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겨울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상 조건이 같더라도 각 나라의 방역정책에 따라 코로나19 유행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면서 “기상 조건을 바꿀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처럼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역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칠 때”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코로나19#코로나 공포#북반구 국가 코로나 유행#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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