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물량을 당초 목표치인 3000만 명에서 4400만 명분으로 크게 늘리고 이를 위한 1조3000억 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추가 반영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3차 재난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코로나19 대응 예산이 약 5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가 재원 마련 방식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최종 예산안 처리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29일 “내년 코로나19 백신 확보 목표치를 4400명분으로 상향 조정하고 이를 위한 예산 1조3000억 원을 본예산에 추가 편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4400만 명은 우리나라 인구 약 5177만 명의 약 85%에 해당한다. 애초 정부는 인구의 60%인 3000만 명분을 확보를 목표로 백신 공급 업체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백신 확보 목표를 크게 높인 데 대해 민주당은 인구의 60%를 기준으로 하면 2030세대와 같은 젊은층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일반 독감과 달리 코로나19는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 높을 수 있는 만큼 백신 확보 분량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는 것.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백신 공급 안정성에 대한 국민 불안 여론이 큰 상황에서 백신보다 좋은 ‘재난지원금’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코로나19 대응 명목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킨 금액이 5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미 3차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4조 원을 편성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3조6000억 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하자며 재난지원금 이슈를 먼저 치고 나온 만큼 집권 여당이 이보다 적게 잡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한국판 뉴딜 예산을 깎아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한국판 뉴딜 예산은 절대 손댈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대신 민주당은 내년도 예비비 일부와 기존 예산 삭감액 등을 활용해 2조 원가량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국채 발행 등 사실상 예산안 증액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면 555조8000억 원인 내년도 ‘슈퍼 예산’의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예산안 삭감 권한을 쥔 정치권이 오히려 예산안 증액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당 제안 전에는 3차 재난지원금에 부정적이던 민주당이 여론에 따라 4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더니 이제는 통신비 할인처럼 백신 접종 대상을 늘려 사실상 재난지원금 수혜 대상을 넓히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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