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우리나라의 K-Pop, 드라마, 방송, 게임 등의 콘텐츠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해외의 기업들도 모바일 뿐만 아니라 OTT서비스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며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 이하 콘진원)은 콘텐츠 분야 창작자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융합콘텐츠 분야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를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콘텐츠의 창작 및 창업 생태계 구축으로 융합콘텐츠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올해에는 ‘팩토리랩(융합 콘텐츠 및 응용기술 분야, 32팀)’, ‘크리에이터랩(온라인·디지털 뉴미디어 콘텐츠 분야, 21팀)’, ‘론칭랩(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수료자 후속 사업화 지원, 23팀)’ 등 3개 분야의 랩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는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총 690건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콘텐츠 제작활동비와 맞춤형 멘토링을 지원했다.
올해 아이디어 융합팩토리에 참가한 스타트업의 젊은 창업자들을 만나 그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전에 나섰는지, 현재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시청자가 영상 속 스토리에 개입해 마지막 결과(엔딩)을 결정하는 영상 기반 콘텐츠, 인터랙티브 무비 ‘모태솔로’를 개발한 ‘인디카바 인터렉티브’의 고도리 프로듀서와 오카피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요청에 의해 본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소개한다).
당신의 선택으로 솔로를 구하라? 인터랙티브 무비 ‘모태솔로’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소개를 부탁한다.
고도리 프로듀서(이하 고도리): 인디카바 인터렉티브는 인터랙티브 무비 ‘모태솔로’를 개발한 인디 개발팀이다. 지난 10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데모 버전을 스팀에 선공개했고, 오는 12월 25일 얼리억세스(Early Access, 개발 완료하지 않은 게임을 먼저 선보이는 서비스)로 공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음.. 사전공개, 사전출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터랙티브 무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시청자가 영상을 보는 중간 중간, 다음 스토리를 직접 결정하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영화다. 영상 기반 게임… 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인터렉티브 무비라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기술 플랫폼과 영상 콘텐츠의 진화한 기법을 접목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보고자 기획했다.
IT동아: 질문을 바꿔야겠다. ‘모태솔로’는 어떤 콘텐츠인지.
고도리: 어렵지 않다. 모태솔로가 소개팅에 나가 상황에 따른 선택을 통해 8가지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인터랙티브 무비다(웃음). 30년 동안 엄마 손 빼고는 여자 손 한번 잡아 본적 없는, 남자들이 가득한 남중/남고/공대/군대/IT회사에 다니는 29살 ‘강기모’가 주인공이다. 30살이 되도록 여자친구 한번을 사귀지 못하면 마법사가 된다는 주변 놀림에 마지막 수단으로 소개팅에 나선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여기서부터 ‘모태솔로’가 시작한다.
오카피 디렉터(이하 오카피): 주인공 강기모처럼… 나 역시 솔로다. 모두가 행복한, 그 중에서도 단연 연인들이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솔로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다.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마련하고자 한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특별한 날이 아니지 않은가. 솔로도 재미있을 수 있단 말이다(그는 인터뷰 도중 잠시 눈물을 훔쳤다).
가상의 모태솔로 주인공이 소개팅하는 순간을 시청자가 경험하며, 현대인들의 심정과 속사정을 몰입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제작 과정 중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촬영, 편집 등의 개발 기간을 끝냈다. 인터랙티브 무비, 새로운 장르를 향한 도전
IT동아: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고도리: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장르지만, 해외 특히, 유럽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필름, 시네마, 드라마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미 유사한 콘텐츠는 꽤 있다. ‘더벙커’, ‘레이트 시프트’,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등이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야생 서바이벌 오지 탐험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베어그릴스’도 인터랙티브 무비로 선보였다.
재미있었다. 시청자가 직접 선택해 다양한 엔딩을 보여 준다는 그 시도가. 새로운 장르이지만, 발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렇게 인디카바 인터렉티브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IT동아: 원래 영상쪽 일을 하고 있던 것인지.
오카피: 아니다. 현재 게임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고도리는 모태솔로 제작 전까지 게임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고. 각자 다른 회사에서 게임 개발자와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지만, 대학교 동기로 과거 동아리 활동을 같이해 연락을 주고 받다가 인터랙티브 무비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게임과 영상의 장점을 모두 접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발전 가능성을 느꼈다.
고도리: 인터랙티브 무비는, 사실 게임인지 영상인지 애매하다. 콘텐츠를 공개하는 플랫폼에 따라 게임으로 또는 영화나 드라마로 인식하는 것 같다. 모태솔로는 스팀으로 공개했기에 게임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인터랙티브 무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끔 이게 게임인지, 영화인지 물어보곤 하는데 이 역시 시청자에게 선택을 맡기고 싶다.
모태솔로 최종 엔딩은 8개다. 하지만, 선택에 따라 최종 엔딩까지 다다르지 못하고 끝나기도 한다. 실제 소개팅도 그렇지 않은가(웃음). 연인으로 발전할지, 애프터를 신청하는 카톡을 보내지만 답변이 없을지, 아니면 소개팅 현장에서 상대방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지… 모든 상황의 결말은 다양하다.
IT동아: 남녀 사이의 만남과 연애… 사람의 심리도 파악해야 했을텐데.
고도리: 관련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관련 책부터 시작해 영화, 드라마, 유튜브 영상 등… 300편 이상은 본 것 같다.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경험담과 글도 많이 읽었고 특히, Mnet에서 방여한 ‘총각, 연애하다’라는 프로그램도 감명 깊게 봤다. 무엇보다 경험담을 많이 담았다.
오카피: 모태솔로를 결정하고 난뒤, 배우 오디션부터 촬영, 녹음, 편집 등 모든 과정을 겪었다. 게임 개발과는 정말 다르더라. 프리 프로덕션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소규모 팀으로 모든 것을 해야 하다보니 몸이 많이 힘들었다(웃음).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를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IT동아: 동의한다. 게임과 영화, 두 장르의 특성을 모두 담아야 했을텐데.
고도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게임과 인터랙티브 무비는 또 달랐다. 영상을 접목해야 하지 않나. 배우 섭외, 영상 촬영 및 편집, 후반 작업 등은 또 다른 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주변으로부터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다.
(주변에서?)
창업하고 난 뒤 공유오피스를 이용했는데, 바로 옆에 인디게임 개발팀이 있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자금이 여유롭지 않다. 그래서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찾는데, 아이디어 융합팩토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평가가 좋았다. 장점이 많은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추천받았다.
인터렉티브무비 게임 모태솔로, ‘인디카바 인터렉티브‘
IT동아: 다른 창업자가 추천을 했다?
오카피: 맞다. 창업자나 창작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많지만, 콘텐츠나 영상과 게임이 융합된 장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다. 인터랙티브 무비는 게임과 영상을 더한, 새로운 장르다. 우리가 기획한 모태솔로라면, 아이디어 융합팩토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콘텐츠가 아닐까 생각했다.
약 6개월 동안 참여하면서 확실히 장점이 많은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느꼈다. 다른 지원 프로그램은 강제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팀의 의견과 상관없이 정해진 멘토를, 정해진 시간에 만나야 하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는 우리가 필요한 멘토나 만나고 싶은 멘토님께 멘토링 받을 수 있었다. 감사했다. 게임은 개발할 줄 알지만, 영상은 처음이라 관련 스킬을 배우고 싶었는데, 우리가 원하는 멘토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또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다른 분야의 팀들과 만나서 새로운 프로젝트나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실제로 다른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팀, 음악 분야 유튜버와 만나 협업을 진행했다.
IT동아: 지난 인터뷰에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를 통해 만난 멘토와 네트워킹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는 일이 많았다.
고도리: 동의한다. 고마웠다. 우리의 현재 상황을 이해해주고, 우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연결시켜주고자 노력하시더라. 그런 도움을 많이 받아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번 성과발표회에서 최우수상도 받게 되었고…. 너무나 감사하다. 이번에 받은 상금은 모태솔로 번역비에 보탤 예정이다(웃음).
IT동아: 크리스마스에 모태솔로를 볼 수 있을까.
고도리: 아직 데모 버전만 공개한 상황인데, 다행히 반응이 좋다.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스트리머들이 모태솔로 데모를 많이 소개해줬다. 스트리머의 시청자가 스트리머에게 모태솔로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었고. 유명한 스트리머 ‘풍월량’님이 소개해준 뒤로 많은 소개 영상이 올라왔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많을 전하고 싶다.
오카피: 데모 버전 플레이 시간은 약 30분 정도인데, 크리스마스에 공개할 얼리억세스 버전은 하나의 엔딩을 보는데 2시간 정도다. 기획한 전체 엔딩을 다 보려면, 5~6시간 정도 될 것 같다.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모태솔로를 소재로 선택하지 않았다.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했는데, 데모 버전만 보면 그 의미를 다 파악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공개할 모태솔로를 플레이해보면, 우리가 왜 이런 소재를 사용했는지 이해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디카바 인터렉티브의 첫 작품, 모태솔로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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