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얹은 제육볶음에 로제와인…조리법 선택도 ‘돼요! 돼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8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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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원소’의 시그니처 메뉴 제육볶음. 이상황 씨 제공
‘제육원소’의 시그니처 메뉴 제육볶음. 이상황 씨 제공
뤼크 베송 감독 덕분에 ‘제5원소’까지는 들어봤는데 무려 제육원소라니….

맛을 떠나 작명 자체가 멋들어집니다. ‘제육원소(醍肉元所)’, 맑은 술과 고기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는 뜻입니다. 대표 메뉴가 제육볶음이라는 사실을 중의적으로 알려줍니다.

이곳은 ‘돼지족발의 성지’인 서울 중구 장충동 맞은 편 쌍림동 수정약국 골목에 자리 잡은 29㎡(9평) 남짓한 작은 식당인데 세 젊은이가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한국 요리와 전통주에 빠진 김동영 대표가 주방을 담당하고 와인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 백문영 기자가 홀 서빙을, 그리고 그래픽아티스트인 최희석 작가는 인테리어와 메뉴를 비롯한 디자인을 맡습니다.

이상황 씨 제공
이상황 씨 제공
식당 이름이 말해주듯 제육볶음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우고는 있으나 계절에 따라 바꿔내는 음식들 모두 맛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양이 푸짐한 것도 큰 덕목의 하나지요.

제육볶음은 고추장을 쓰지 않고 고춧가루와 세계 각국의 향신료를 섞은 특제 소스로 버무려 볶습니다. 그래서 혀에 쩍 달라붙는 느낌 대신 살짝 팍팍한 느낌인데 맛은 오히려 깔끔하고 차분합니다. 사용하는 돼지고기 부위도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이 아니라 살코기 비율이 높은 뒷다리 살을 써서 먹고 나서도 배가 더부룩하지 않고 편안하지요. 완성된 볶음엔 고수가 기본적으로 얹혀 나옵니다. 고수 특유의 향이 불편하신 분은 참나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소주 같이, 진하고 걸쭉한 안주에 잘 어울리는 술보다는 와인처럼 향이 은은하고 담박한 맛을 보여주는 술이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

‘제육원소’의 바삭 굴튀김. 이상황 씨 제공
‘제육원소’의 바삭 굴튀김. 이상황 씨 제공
기본 주류 외에 전통주와 와인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만든 와인을 항시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때마침 23일까지 열리는 ‘한국 와인 고메위크(Gourmet Week)’를 맞아 제육원소의 특선요리와 어울리는 한국 와인 페어링 행사를 합니다. 이번 기회에 다소 낯선 한국 와인을 접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찬바람 불 때 특히 맛있는 ‘아삭 오징어튀김’과 ‘바삭 굴튀김’에는 강원도 홍천 샤또 나드리의 ‘너브내 스파클링’을, ‘고수 얹은 제육볶음’에는 충북 영동 오드린의 캠벨포도로 만든 로제와인 ‘베베마루, 아내를 위한’을 짝지어 소개합니다.

식당의 홀 가운데 위에 위트 있게 매달려 빙빙 돌아가는 이발소 표시등은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의 띠 대신 ‘돼요!’ ‘돼요!’ ‘돼요!’라는 마치 최면에 빠져들 것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이런 무한긍정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주문할 때 다양한 식재료 조리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구이 볶음 데침 무침 튀김 부침 국물로 맞춤서비스!

푸짐하고 알찬 점심도 드실 수 있습니다. 와인을 비롯한 모든 주류는 1인당 1만 원에 반입 가능합니다. 병 수는 제한 없습니다. 주당들의 작고 아늑한 천국이 아닐까요?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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