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리셋하고 싶다”…‘코로나 세대’ 잃어버린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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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2일 0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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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거리두기, 원격수업, 자가격리 등의 이유로 우울감과 불안 장애를 호소하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2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0.9.22/뉴스1 © News1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거리두기, 원격수업, 자가격리 등의 이유로 우울감과 불안 장애를 호소하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2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0.9.22/뉴스1 © News1
“올해는 유독 의문이 않았어요. 뭐가 문제일까, 왜 이렇게 됐을까, 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언제 끝날까….”

2년차 취업준비생 A씨(25)에게 2020년은 물음표투성이였다. A씨는 작년까지 공채 서류전형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지만 올해는 10여 곳에 지원해 한 번도 해당 전형을 통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채 모집인원도 줄고 이 때문에 서류전형도 까다로워진 탓이다.

그뿐만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일상마저도 뺏겼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기분 전환을 하려던 A씨의 연말 계획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물거품이 됐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청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 세대’와 2008년 ‘금융위기 세대’에 이어 ‘코로나 세대’라고 불린다. 코로나19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 못 하거나 취업해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이다.

◇막막한 취준생들 “사람 만나기 힘들어 심리적 고립”

통계청이 지난달 11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만1000명 줄었다. 6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5만명 감소했다.

3년째 취업에 도전하는 김모씨(26)도 전전긍긍하는 청춘 중 한 명이다. 그의 경우 취업 준비 환경도 녹록지 않은 데다 형편상 아르바이트(알바)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알바 자리마저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공부할 곳도 찾기 어렵다. 돈 있으면 스터디카페에 가겠지만 알바를 못 하는 상황에서 그럴 여유조차 없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에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도 된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혼자 객지살이를 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더 고립된다”고도 털어놨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B씨(25)는 올해를 ‘리셋하고 싶은 한 해’라고 표현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채용도 줄고 자격증 시험도 다 취소돼서 아무것도 못 했다”며 “한해가 다 날아간 기분이다”고 울상을 지었다.

B씨가 올해 지원한 한 시중은행은 작년에 약 400명을 뽑았지만 이번에 채용 인원을 두 자릿수로 줄였다. B씨는 내년에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두렵다.

공대를 졸업한 C씨(26)는 꽁꽁 얼어붙은 국내 취업시장 대신 해외 대학원으로 눈을 돌렸다. 내년 하반기 입학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그는 “선배들은 취업을 잘했던 것 같은데 동기들 중 아직 3분의1이 취업을 못하고 있다”며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기 때문에 올해 상황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들 “언제 직장 잃을지 불안…연애도 힘들어”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 ‘코로나 세대’도 걱정이 많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탓에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고 이직도 쉽지 않아 불안에 떨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는 D씨(27)의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준비하던 행사가 연달아 취소되면서 직원을 대거 내보냈다. D씨는 “연말까지 내 자리가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2년차 직장인 E씨(27)는 다니는 회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이직을 준비 중이지만 올해 번번이 이직에 실패했다. E씨는 “중고 신입으로 지원하려고 해도 채용이 거의 없다”며 “지금 다니는 회사는 야근이 많아 힘든데 언제까지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코로나 사태 직전 취업 막차를 탔지만 직장에 적응하기 어려운 코로나 세대도 있다. 장씨는 “코로나19 여파로 회식을 안 하는 건 좋은데 아예 밥을 따로 먹다보니 회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세대는 연애조차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윤모씨(29)는 최근 연애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여자친구와 거의 못 만나는 탓이다.

윤씨는 “카페도 문을 안 열고 식당도 오후 9시면 문을 닫으니까 갈데가 없다”며 “차 있는 친구들은 연애도 편하게 하던데 나는 차도 없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사회적 지원 필요…전화·SNS로 마음의 거리 좁히길”

전문가들은 희망이 사라진 코로나 세대가 앞선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생들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1970년대 버블 붕괴로 취업이 힘들어졌다. 당시 이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점은 코로나 세대가 사회를 경험할 시기를 놓치는 것”이라며 “코로나 세대를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세대의 문제를 개인 차원에서 이겨내라고 하면 안 된다”며 “사회가 다리를 많이 놓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 문화생활, 심리상담 등 다방면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개인적으로는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거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젊은 층들은 대인관계 욕구가 높은 시기인데 평소 좋아하던 것들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며 “우울과 불안이 심해지면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어려움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물리적 거리두기는 하더라도 마음의 거리는 좁힐 필요가 있다”며 “전화나 SNS를 통해 올 한해 힘든 시간을 이겨낸 친구들과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제안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사회적 단절감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전화든 온라인이든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분씩 3일 연속으로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글로 쓰면서 불안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시키면서 해소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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