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은 왜 글로벌 기업 CEO들의 롤모델이 됐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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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덕에선…
지식재산 정책 전문가 정성창 씨, ‘스타트업 CEO, 에디슨’ 출간
“에디슨, 발명가로만 기억 아쉬워… 기업가-혁신가 면모 재조명해야”

에디슨을 혁신가로 주목한 정성창 지식재산과혁신생태계연구소장의 책은 대덕연구개발특구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자발적 연구 소모임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가 11일 200회 특집으로 정 소장(오른쪽)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정성창 소장 제공
에디슨을 혁신가로 주목한 정성창 지식재산과혁신생태계연구소장의 책은 대덕연구개발특구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자발적 연구 소모임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가 11일 200회 특집으로 정 소장(오른쪽)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정성창 소장 제공
인류 우주비행의 꿈을 실현하려 하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예상치 않게 회사의 간판인 테슬라가 아니라 그와 전류 전쟁을 벌인 에디슨이다. 백열전구와 축음기, 영사기 등 3대 발명품으로 현대문명의 서막을 연 것을 넘어 굴지의 회사를 일구고 당시 산업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기업가이자 혁신가(innovator)이기 때문이다.

정성창 지식재산과혁신생태계연구소장이 최근 펴낸 책 ‘스타트업 CEO, 에디슨’도 국내에선 생소한 ‘혁신가 에디슨’의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정 소장은 “에디슨이 어떻게 그 많고 탁월한 발명을 하고, 발명 및 사업화 자금을 조달해 기업을 창업·운영했으며 급기야 산업을 바꿨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술고시 출신인 그는 특허청에서 20여 년간 지식재산 정책 전문가로 일하다 지난해 12월 명예 퇴직해 지식재산 콘텐츠 대중화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이 책은 KAIST에서 지식재산 스토리텔링을 강의하는 이가희 박사(문학)가 공동 집필했다.

―글로벌 기업 CEO들이 앞다퉈 에디슨을 배우려한다는데….

“일론 머스크마저 ‘나의 롤모델은 에디슨이다. 테슬라 모터스와 스페이스 X 이면의 정신은 에디슨의 백열전구와 영사기’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는 에디슨이 마르크스보다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고 했다.”

―에디슨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가 뭔가.

“에디슨은 1093개의 특허를 가졌고 그의 3대 발명품으로 인간은 어둠을 물리치고 소리와 행동을 기록하게 됐다. 전구 개발에 그치지 않고 전기를 조명 및 동력에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당시 세계의 주류산업을 가스에서 전기로 바꿨다. 지금의 인공지능(AI) 개발에 비견된다. 창조적 파괴,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 혁신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충분히 재조명할 만하다.”

―무엇이 계기가 됐나.

“1970년대 말 미국 뉴저지주의 한 대학이 에디슨에 대한 기록을 집대성해 디지털화하면서다. 연구노트, 신문기사, 영수증 등 갖가지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혁신의 면모가 드러났다. 그의 방대한 연구노트는 발명 아이디어의 발전과 사업화 등에 대한 정보의 보고다. 에디슨을 발명가로서만 기억하는 국내의 현실이 아쉽다.”

―에디슨이 거대한 투자도 이끌어냈다는데….

“젊은 시절부터 특허를 팔아 사업 자금을 마련했다. 보수적이고 깐깐한 월가 자본가들로부터 39만5000달러(현재 약 1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해 전기산업을 일으켰다. 19세기 최대의 투자금으로 오늘날 벤처캐피털의 원형을 보여준다. 그가 세운 에디슨 GE는 합병돼 나중에 GE가 된다.”

―실리콘밸리 문화의 선구자라고도 한다,

“2017년 BBC는 실리콘밸리 문화와 현대 연구소의 출발이 150년 전 에디슨에게서 시작됐다는 분석 기사를 냈다. 에디슨은 유럽의 숙련 기술자를 연구원으로 채용해 공동으로 발명과 연구를 진행했다. 개인 아닌 조직 차원의 발명과 실리콘밸리의 현대 연구소의 모델이 됐다.”

―언제부터 에디슨에 관심을 가졌나.

“2017년 주일대사관 특허관으로 근무할 때 우연히 도서관에서 혁신가로 주목한 에디슨 서적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그 이후 에디슨에 관한 외국 서적과 논문 등을 읽고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앞선 지식재산 대중화 수준에도 자극을 받았다. 특허전쟁 주제의 소설이 저명한 문학상을 받고 60만 부가 팔려 나가고 TV드라마로 제작되자 시청률 30%를 넘었다. 지식재산을 법률이 아닌 콘텐츠로 취급하는 지식재산 대중화 작업도 그때 구상하게 됐다.”

―에디슨은 헛간에서 병아리를 부화하기 위해 달걀을 품었다고 알려져 있다.

“호기심이 많았다는 걸 강조한 얘기인데 권위 있는 에디슨 전기들은 그 에피소드를 다루지 않는다.”

―에디슨이 주는 교훈은 어떤 것인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라는 그의 말은 자신의 삶이었다. 필라멘트 실험을 6000번 했고 소재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뒤졌다. 과학기술은 물론 역사, 예술, 문학 등 다양한 독서로 문제를 해결했다. 레미제라블을 너무 좋아해 ‘빅토르 위고 에디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정성창#스타트업 ceo 에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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