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 제한·금지되는 경우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고통 분담”을 강조하며 사실상 임대료 제한을 공론화한 것.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이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합금지 조치를 받은 사업장은 임차료를 내지 않도록 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법률 개정안’(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과도한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면 세액 공제로 보상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언급하며 “여기서 머물지 말고, 한발 더 나아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약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통의 무게를 함께 나누고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높여나갈 방안에 대해 다양한 해법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발적, 선의에 기댄 방법을 넘어선 방법을 고민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소득은 급감했는데 임대료는 그대로 부담하고 있다”며 “임대료와 관련해 법적 보호 실효성 강화, 착한 임대인 세제 확대, 전기·수도료 등 고정비용 절감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여권에선 법으로 임대료를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실제로 이동주 의원은 이날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했다. 집합금지 업종에는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집합제한 업종에는 임대료의 2분의 1 이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대신 임대인은 금융회사의 담보대출 이자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법에 따르면) 상가를 사용, 수익을 얻는 것을 약정하고 그에 대한 차임을 약정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집합금지가 내려지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장사가 멈추면 임대료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이 법안에 대해선 법으로 임대료 제한을 강제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사유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9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세입자가 차임증감청구권 청구 요건에 1급 감염병이 포함됐지만 임대인이 반드시 받아들일 의무는 없었다.
특히 월세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임대인’들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건물주는 “자신의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인 생계형 건물주도 많다”며 “매출도 줄고 임대료도 전혀 받지 못하면 세금은 무슨 돈으로 내라는 건가”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당장 월세 수익이 없으면 생활이 곤란해지는 임대인들도 있는데 이자 상환을 유예하거나 대출을 연장해주는 수준의 조치로는 임대인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은 임대료를 받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인가. 아니면,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민주당의 법안 추진과 한 묶음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임대인과 임차인을 또 편 가르기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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