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이상훈 실장의 자택 앞에 나와 있습니다. 그럼 직접 만나서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물어보겠습니다.”
올해 4월 국산 모바일 롤플레잉게임(RPG) ‘에픽세븐’의 유튜브 채널 진행자는 늦은 밤 이 게임의 개발자 집을 찾았다. 이날 게임에 새로운 미션을 추가한 업데이트가 이뤄진 뒤에 유저들 사이에서 “불편하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자 생방송으로 바로 질문을 하러 간 것. 결국 진행자와 카메라가 개발자의 집 안까지 들어갔고 “빠르게 개선하겠다”는 답을 받아냈다. 생방송을 본 유저들은 “불만에 대한 반응을 빨리 해줘 고맙다”, “화를 내는 대신 게임을 하러 가야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 ‘소통’ 나선 게임업계
최근 게임 업계에서 ‘소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만큼 게이머들은 각종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즉시 게임 회사에 불만 사항을 제기한다.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오류 사항이 올라오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체크하기도 한다. 게임 유저가 주로 10, 20대인 것을 고려해 소통 창구로 유튜브를 활용해 위기의 발판으로 삼기도 한다.
에픽세븐이 대표적 사례다. 이 게임은 2018년 8월 출시 직후 한 유저가 게임을 해킹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게임의 유료 아이템을 환불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비스를 종료 해 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공동 대표가 직접 오프라인 유저 간담회를 열고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에픽세븐은 유튜브 채널에 게임 전문 유튜버를 진행자로 섭외하고, 매주 개발자들이 출연해 유저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했다. 게임 공략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개발 비하인드를 풀어놓았다. 이 덕에 논란은 가라앉고 국내 다운로드 수가 500만 회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권익훈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본부장은 “온라인, 모바일 게임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저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과 같다”며 “게임은 유저들마다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다르고 트렌드에 민감해 유저의 관심을 빠르게 캐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유저들이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고 어떤 이슈에 관심 있는지 빠르게 캐치하고 이를 게임에 반영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했다.
● “해외에서도 소통 중요”
게임 업계의 소통 방식은 해외 이용자들에게도 효과적이다. 서비스업체인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미국, 일본 등 해외 진출 때도 이 같은 소통 방식을 사용해 9일 ‘7000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권 본부장은 “유저들의 소통에 대한 요구는 국내와 해외 모두 마찬가지”라며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함에 따라 전 세계 유저들이 빠르게 게임 업데이트 소식 및 주요 내용들을 전달 받고 싶어 한다”고 했다. “해외 유튜브 채널 오픈 이후에는 현지 시간으로 새벽 시간대 임에도 매회 1만 명 이상의 해외 유저들이 실시간으로 방송을 시청한다”고 했다.
다른 게임사들도 소통 행렬에 가담하고 있다. 넷마블은 유튜브를 통해 신작 게임 ‘세븐나이츠’ 성우들이 게임에 대해 소개하고 유저들의 질문에 답한다. 넥슨은 방탄소년단(BTS)이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하는 유튜브 방송을 올려 케이팝 팬까지 끌고 오려 노력한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홍보 영상을 올린다. 게임방송 플랫폼 ‘트위치’도 게임사가 유저와 접촉하는 한 방법이다. 대부분 공지사항 등을 통해 업데이트에 대한 일방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소통 방식이 비판받자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을 통해 소통을 하는 경우다.
유저들의 의견이 빠르고 크게 반영되는 한국 게임의 특성이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도 시나리오나 컴퓨터그래픽(CG) 수준이 일정 정도 보장된 상위권 게임 간의 승부를 가르는 건 유저들의 입맛을 얼마나 바로 충족 시키냐는 것”이라며 “해외 게임 회사도 국내 게임의 소통 방식을 따라하려 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