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GDP 첫 추월… “내년 말 자영업자 5만가구 파산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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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안정보고서 ‘경고등’
3분기 가계신용, GDP의 101.1%…기업 빚 합치면 GDP의 2배 넘어
하위 30% 부채, 年소득의 3.3배…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
‘영끌-빚투’ 2030도 증가폭 가팔라

가계 빚이 역대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선 가운데 저소득의 부채상환 부담이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 정부와 공기업 등의 나랏빚까지 함께 불어나면서 국가부채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매출 부진이 이어지면 내년 말에는 자영업자 5만 가구가 파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24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1.1%로 조사됐다. 1년 동안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보다 가계가 진 빚이 더 많다는 뜻이다. 기업 부채까지 더한 민간신용은 GDP의 211.2%로 조사됐다. 197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다. 가계신용에는 자영업자, 비영리단체 등이 진 빚도 포함된다.

한은은 “가계신용은 주택 매매, 전세 관련 대출이 크게 증가한 데다 생계자금 및 주식 투자자금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올해 들어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가계신용 증가 폭은 전 세계 평균을 웃돌았다. 올 2분기(4∼6월)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3.4%포인트 상승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 대상 43개국 평균(2.1%포인트)을 웃도는 수준이며 11번째로 증가 폭이 컸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부채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소득 하위 3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평균 연소득 1648만 원)의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은 328.4%였다. 연소득의 3배가 넘는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LTI는 지난해 말보다 15.5%포인트 증가했다. 고소득층(소득 상위 30%) 증가 폭(7.1%포인트)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코로나19의 피해가 저소득층에 집중되면서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지난해 말보다 0.3% 늘어난 반면 부채는 5.3% 증가했다.

빚을 내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 20, 30대의 부채 상승세도 가팔라졌다. 30대 이하 LTI는 지난해 말보다 14.9%포인트 오른 221.1%로 조사됐다. LTI 비율 자체는 60대 이상, 40대보다 낮지만 증가 폭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크다.

한은은 경기 회복이 부진하면서 집값이 떨어지고 시장금리가 오르는 충격이 나타나면 가계대출의 부도율이 0.36%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해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부실 규모는 충격이 없을 때보다 5조2000억 원 늘어난 18조7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매출 부진이 내년 말까지 지속되면 파산하는 가구는 5만 가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금리 하락 등이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보긴 어렵다. 상황이 달라지면 가계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나랏빚(공공부문)은 1132조6000억 원으로 1년 만에 54조6000억 원 늘었다. GDP 대비 비율도 59%까지 올랐다. 공공부문 부채 비율은 2015년부터 4년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오름세로 전환했다. 공기업을 제외한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42.2%로 1년 전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코로나19 대응으로 중앙정부 채무가 급격하게 불어난 만큼 전체 나랏빚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희창 ramblas@donga.com / 세종=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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