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공 같은 변이… 전파속도 빨라 치사율 높아질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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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영국發 변이’ 국내 감염 첫 확인
기존 S, V그룹보다 전파력 높은 국내 최대 유행 G그룹서 변이 발생
전문가 “변이 맞춰 백신 재설계 가능… 변종 바이러스로 진화 배제 못해”

계속되는 진단 검사 28일 인천 남동구 중앙공원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이날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발견되면서 
방역 현장의 경각심은 한층 커졌다. 인천=뉴시스
계속되는 진단 검사 28일 인천 남동구 중앙공원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이날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발견되면서 방역 현장의 경각심은 한층 커졌다. 인천=뉴시스
28일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전파력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최대 1.7배(70%)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 증가세가 현재보다 1.7배 빨라질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가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진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아직은 변종이 아닌 변이 단계여서 현재 개발된 백신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국내 최대 유행 G그룹의 변이

2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올해 5월 이후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유행하고 있는 G그룹의 일종이다. 기존 바이러스 유전자와 20여 곳이 다르지만 큰 틀에선 G그룹 바이러스와 같은 단백질 구조를 갖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리보핵산(RNA) 바이러스는 증식 과정에서 교정 능력이 떨어져 변이가 자주 발생한다. 김은진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검사분석1팀장은 “사람도 세대가 바뀌면서 변하듯 바이러스도 세대를 거듭하며 조금씩 변이한다”며 “RNA 바이러스에서는 변이가 매우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체내에서 세포와 결합하는 부위인 스파이크 단백질 일부에 변이가 발생하면서 전파력이 강해졌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있는 곳에서 7, 8개의 변이가 발견됐는데 이 중 체내 수용체와 결합하는 데 관여할 만한 부위의 변이도 한 곳 이상 파악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이를 거듭하면 변종이 될 수 있다. 통상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가 크게 달라지거나 중요 부위의 구성이 바뀌면서 전파력, 독성 등 병원성이 확연히 달라진 바이러스를 변종 바이러스라고 말한다. 2016년 브라질에서 유행해 태아 소두증을 일으킨 지카 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카는 수십 년 전부터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다. 2016년 브라질 등 남미에서 유행한 지카 바이러스는 아프리카보다 병원성이 훨씬 강해져 변종 바이러스로 분류된다.

○ 중증도는 낮지만 전파력은 위험

변이 바이러스가 코로나 확산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까지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국가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정용석 교수는 “과거 G그룹은 기존 바이러스 그룹(S, V그룹)보다 전파력이 9, 10배 높다”며 “전파력이 70% 강해진 건 전파 속도가 1.7배 빨라졌다는 뜻이라 아직 확산세를 논하기는 섣부르다”고 말했다.

중증도는 기존 바이러스와 유사할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중증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은진 팀장은 “변이가 숙주세포 결합 부위에 생겼기에 항체 반응이나 병원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나오는 백신들은 바이러스 변이에 맞춰 백신을 재설계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백신이 무력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전파력이 강해지면 확진자 수가 늘어 결과적으로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병원성과 관계없이 치사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이 늘면 그만큼 요양병원이나 병원 등 고위험 시설로 바이러스가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져 치사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변종 바이러스로 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재환 가톨릭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RNA 바이러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라 변이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소민·김성규 기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국내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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