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장들 “기업에 족쇄 채우는 정책 거두어 달라”…호소문 된 신년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0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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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접어듭니다. 정치와 경제 이슈를 분명히 구분해주길 바랍니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죄를 묻겠다 합니다. 그릇된 정치에 대해서도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30일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국내 정치에 대한 우려와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한 절박감을 드러냈다. 올해 재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충격을 겪었다. 여기에 국회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줄줄이 통과되고,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도 통과될 전망이라 정치에 대한 실망과 우려,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한국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정책을 거두어 달라”며 “한국만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등을 언급하며 “국내 정책 환경은 기업 활동에 부담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추가적인 규제 입법 추진 사항에 대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산업·경제적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계는 여러 차례 경제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과잉 입법’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재해법의 경우 주요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등 30개 단체가 최근 이례적으로 특정 법안을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선진적인 경제 규범 형성‘에 진전이 많기를 바란다”며 “최근 ’산업 안전‘, ’집단소송제‘, ’2050년 탄소 중립‘ 관련 법안과 정책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경제계와 소통하면서 수용 가능한 대안과 실천 가능한 해법을 모색해 달라”고 강조했다.

대응 여력이 취약한 중소·중견 업계는 한층 강한 톤으로 중대재해법 등에 대해 우려를 펴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지난 일 년, 문턱이 닳도록 정부와 국회를 찾아 백발의 경제인들이 함께 허리를 숙였다. 기업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우리 의견이) 닿지 못했다”며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할 정치도 특권의 영역에서 노닐 뿐 결코 책임지지 않는다. 귀책사유와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데도 기업을 처벌한다면 정치도 ’중대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 경제 파괴자‘로서 ’처벌‘해야 한다. 사회의 어느 부문에도 특권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날이 선 비판을 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중대재해법 관련 중소기업의 99%는 오너가 대표인만큼 대표자가 구속되면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며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기업인을 예비범죄자로 몰아 형사처벌을 강화하면 기업가 정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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