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사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 일각선 “의대생만 특혜” 불만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1일 21시 37분


지난해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한 전국 의대생 2700여 명에게 정부가 재응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의료인력 부족과 대규모 백신 접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다른 국가시험과 달리 응시 거부자에게 사실상 특혜를 제공하는 것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3일부터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시작한다고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했다. 9월 치러질 실기시험과 별도로 추가 시험을 신설한 것이다. 당초 정부는 국민여론을 이유로 재응시 기회 제공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의료공백이 커지자 방침을 바꿨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응급환자 치료와 취약지 의료공백을 방치해선 안 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앞서 의대생 2700여 명은 지난해 7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해 국시 실기시험에 대거 미응시했다. 지난해 9월 4일 정부와 의료계가 집단휴진(파업) 중단에 합의했지만, 의대생들은 졸속 합의라며 추가 응시도 거부했다. 정부도 미응시자에게 재시험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인턴 부족에 따른 진료차질을 우려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또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무엇보다 올해는 코로나19 백신의 대규모 접종이 예정됐다. 제조 및 유통 방식이 제각각인 백신들을 수천만 명에게 맞춰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의사가 대상자의 나이와 기저질환 등을 감안해 접종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위원회도 의사가 접종자를 직접 살핀 뒤 백신을 놓는 방식을 제안한 상태다. 그만큼 많은 의사가 필요한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영향을 감안해 추가시험으로 면허를 취득한 의사를 대상으로 비수도권 및 공공병원 정원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코로나19 확산이 전국적으로 진행돼 취약시설·지역에선 한 명의 공보의라도 중요한 상황”이라며 “공백이 최소화하도록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추가 실기시험 실시를 위해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현행 의료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시 실기시험은 90일 전 공고하도록 돼 있다. 복지부는 예외적으로 의료 인력의 긴급한 충원이 필요한 경우 공고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개정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의 재응시 기회 부여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형평성, 공정성, 윤리적 면에서 벗어난 국시거부 의대생 재응시 절대 반대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왜 의대생들에게만 특혜가 주어지는지 모르겠다”며 “13년간 중등교원 시험 준비를 했지만 자가격리 등의 이유로 시험을 못 본 사람들도 구제해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본인들이 안 보겠다고 선택했는데 왜 다시 기회를 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가 공정성을 내세우지만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등의 비판 글이 이어졌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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