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 코인노래방도 반발…전문가 “보완 의견 반영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6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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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인노래방 업주들이 160일간의 강제집합금지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래방 기기를 파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로 3차례 집합금지 명령을 받아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오는 18일 18일 이후의 집합금지 조치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1.1.6/뉴스1 (서울=뉴스1)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인노래방 업주들이 160일간의 강제집합금지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래방 기기를 파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로 3차례 집합금지 명령을 받아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오는 18일 18일 이후의 집합금지 조치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1.1.6/뉴스1 (서울=뉴스1)
“생존권을 위협하는 장기간 집합금지 명령을 즉각 해제하라!”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회원 9명이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오랜 집합금지로 지하 노래연습장에 습기가 차 기계들이 다 망가졌다”며 노래방 기계를 부수고 발로 밟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협회는 “코인노래연습장에 집합금지가 내려진 기간을 합하면 벌써 5개월이 넘는다”며 “방역에 협조한 것이 후회된다”는 입장문도 내놓았다.

정부의 방역 조치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집합금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업종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업계나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기준을 정해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날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은 집합금지로 인한 경제적 손해를 더는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경기 광주에서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손모 씨(45)는 “(코로나19 확산 뒤) 빚이 1억 원으로 늘었다. 요즘 새벽에 택배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다”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기자회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당구장 업주들도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전국당구장연합은 5일 “17일 이후에 영업 중단 조치가 연장되면 18일부터는 현재 실내체육시설로 분류되는 당구장을 교습소로 변경해 운영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일부 당구장은 3일부터 간판 불을 켜두는 ‘점등 시위’를 하기도 했다.

정부의 집합금지 기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6일 국회 앞에서는 카페 사장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했다. 카페 사장 강모 씨(41)는 “식당에서 밥 먹는 건 되고 카페에서 음료 마시는 건 안 되느냐”며 “식당처럼 손님들을 앉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부산에서는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부산경남지부’ 회원 약 50명은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영업 중단 조치는 형평성이란 기본 원칙조차 고려하지 않은 몰지각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해당 협회 관계자는 “감염 위험은 똑같은데 왜 스키장이나 야외 골프연습장 등은 영업해도 되고 피트니스센터는 안 되느냐”며 “방역수칙을 지키면 피트니스센터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부산지역 스크린골프장 대표들도 부산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전국 골프존파크 가맹점 지역대표자연합회 부산 지역대표인 김옥삼 씨(57)는 “태권도장, 발레학원 등 소규모 체육시설은 영업이 가능한데 스크린골프장에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방역수칙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업계나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기준을 정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방역정책 자문기구인 생활방역위원회(생방위)의 민간위원들은 시설·업종별로 이른바 ‘핀셋 방역’ 기준을 정할 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생방위 민간위원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정책 결정에 앞서 업계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당국에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료계 출신인 다른 생방위원은 “위원회에서 모든 업종의 방역수칙을 조언하긴 불가능하다”며 “업종별 협의체와 방역당국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출하면 정부가 전문가 토의를 거쳐 운영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일부 시설을 대상으로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6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가 고심 끝에 정한 기준이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면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보완 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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