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증강에도…文대통령 “비대면으로도 대화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1일 11시 26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앞두고 한미동맹 강화는 원론적 언급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2021.1.11.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2021.1.11.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평화가 곧 상생”이라며 한반도 평화 구상과 남북협력 추진 의지를 재차 밝혔다. 임기 초 신년사 앞부분에서 강조했던 남북관계가 올해는 신년사 맨 마지막 대목에 언급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국민적 고통이 극심한 데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원칙적인 대응 기조를 천명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이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협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신종감염병, 자연재해를 겪으며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며 “코로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협력은 가축전염병과 자연재해 등 남북 국민들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한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문 대통령은 덧붙였다.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비대면 방식’의 대화 추진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은 대화와 상생 협력”이라며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신년사를 발표하는 문대통령. 2021.1.11.청와대사진기자단
신년사를 발표하는 문대통령. 2021.1.11.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한미동맹 강화 등 대미 외교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한 문장으로 짧게 언급했다. 문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 정상외교를 추진해 남북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군사적 대결과 긴장이 완화되는 등 일부 성과가 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미 간, 남북 간 비핵화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지속적으로 증강되고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의 대화가 중단되면서 남북관계도 사실상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핵화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문 대통령이 꺼져가는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되살리고 한반도 평화 구상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코로나 보건의료 협력을 매개로 한 남북 간 직접 협력을 역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소각 도발 등에 대해 북한이 사과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정부의 대북 저자세 기조가 대통령 신년사에서 또다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남과 북이 함께 한 모든 합의, 특히 ‘전쟁 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대 원칙을 공동 이행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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