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평화가 곧 상생”이라며 한반도 평화 구상과 남북협력 추진 의지를 재차 밝혔다. 임기 초 신년사 앞부분에서 강조했던 남북관계가 올해는 신년사 맨 마지막 대목에 언급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국민적 고통이 극심한 데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원칙적인 대응 기조를 천명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이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협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신종감염병, 자연재해를 겪으며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며 “코로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협력은 가축전염병과 자연재해 등 남북 국민들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한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문 대통령은 덧붙였다.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비대면 방식’의 대화 추진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은 대화와 상생 협력”이라며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동맹 강화 등 대미 외교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한 문장으로 짧게 언급했다. 문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 정상외교를 추진해 남북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군사적 대결과 긴장이 완화되는 등 일부 성과가 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미 간, 남북 간 비핵화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지속적으로 증강되고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의 대화가 중단되면서 남북관계도 사실상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핵화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문 대통령이 꺼져가는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되살리고 한반도 평화 구상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코로나 보건의료 협력을 매개로 한 남북 간 직접 협력을 역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소각 도발 등에 대해 북한이 사과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정부의 대북 저자세 기조가 대통령 신년사에서 또다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남과 북이 함께 한 모든 합의, 특히 ‘전쟁 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대 원칙을 공동 이행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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