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직활동 50세 이상 조사
경력 바탕 새 일로 제2인생… 10명중 6명 ‘창직추구형’ 선호
“창업-자영업 맞춤형 지원 필요”
여행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는 ‘인디라이프’의 홍은표 대표(63)는 정보기술(IT) 업체를 경영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60세 이후의 삶이 늘 고민이었다. 결국 홍 대표는 IT 업체를 접고 그 대신 평소 관심이 많았던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며 인생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40대에 가족들과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올 만큼 여행은 홍 대표에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홍 대표는 최근 여행 책자까지 내고 컨설팅을 주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서울시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인생 재설계를 위해 노력하는 ‘50+세대’(만 50∼64세)의 진로 패턴을 분석한 결과 홍 씨처럼 취미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이나 직업을 찾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을 했지만 법적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도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새로운 일이나 창업으로 ‘제2의 인생’ 추구
27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발표한 ‘서울시 50+세대 실태조사: 심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후 실질적인 구직 활동을 벌이는 50+세대 가운데 ‘창직추구형’이 64.3%로 가장 많았다. ‘생계형(24.7%)’ ‘활동추구형(11.0%)’이 뒤를 이었다.
창직추구형은 기존 노동시장으로 재취업하는 대신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이면서 수익도 낼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는 활동을 말한다. 주로 도시의 사무직 남성 가운데 이러한 유형이 많은 편으로, 이들은 다양한 사회관계망을 통해 구직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관계자는 “서울시 및 재단에서 운영하는 사회공헌 일자리에 참여하거나 각종 모임 활동, 자원봉사 등에서 자신의 경험, 기술, 능력, 흥미 등을 살려 새로운 일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생계형은 비자발적 퇴직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해 재취업한 50+세대의 임금 여건은 좋지 않은 편이다. 재단의 연구 결과를 보면 시의 고령(만 50∼69세) 근로자 4명 중 1명은 법적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서 산출한 생활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도 46.7%로 절반에 가까웠다. 재단 측은 “근로소득만으로는 고령 근로자에게 적정한 삶의 수준을 보장해주지 못하다 보니 기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로 재취업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활동추구형은 재취업보다는 은퇴나 휴식을 하면서 사회공헌활동을 하기를 바라는 이들이다. 사는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학습, 취미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학력 수준이 높고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경험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 “창업, 자영업 전환 맞춤형 정책 필요”
재단은 50+세대의 생애경력 경로도 분석했다. 중장년의 주된 일자리 경로를 파악하자는 의미다. 그 결과 10명 중 4명은 중소기업에서 정규직을 유지하며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재직 연수가 길고 이후 공공기관이나 개인 사업체로 경력을 변경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음으로는 대기업에 재직하다가 자영업으로 이동한 유형(20.8%)이었다. 이들 중 절반은 학력이 대졸 이상이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자영업으로 옮긴 이들은 14.2%였다.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편이다. 자영업에 주로 종사해온 이들은 전체의 10%에 그쳤다.
김영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는 “창업이나 자영업 전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이에 맞는 상담이나 지원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50+세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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