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부장판사의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만약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다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재판부의 무죄 선고에도 불구하고 입법부가 법관 탄핵에 나섰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8일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의원들의 탄핵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르면 29일 이탄희 의원을 중심으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하면 헌법재판소가 최종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與내부서도 “무죄받은 판사 탄핵, 역풍 우려”
임성근 판사 탄핵 추진
법관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면 발의가 가능하고, 소추안이 발의되면 이후 열리는 첫 번째 본회의에서 보고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돼 있다. 의결에는 재적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지만, 현재 민주당 의석수가 176석인 것을 감안하면 야당 협조 없이도 처리 가능하다. 이에 따라 탄핵소추안 의결은 이르면 다음 달 3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정권 당시인 2014년 2월부터 2년 동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에 개입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법관 탄핵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주요 입법 사안마다 ‘거여의 폭주’라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법관 탄핵을 추진할 경우 법원의 판결을 입법부가 뒤집으려 한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지도부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강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초유의 법관 탄핵 추진으로 중도·보수 진영 유권자들의 반감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당초 임 부장판사와 이동근 부장판사 2명을 대상으로 탄핵을 추진했던 이 의원이 이날 “임 부장판사에 대해서만 소추안을 내겠다”고 하면서 결국 지도부도 버티지 못했다. 한 여당 의원은 “당 지도부는 당초 법관 탄핵 자체에 부정적이었지만 의원들의 요구가 워낙 강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이탄희 의원은 그동안 법원 무죄 선고에도 임 부장판사 탄핵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 판시했으며, 이는 탄핵으로 심판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해왔다.
헌정 사상 법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로, 앞서 두 차례는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발의안에 1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의결을 자신하고 있지만, 탄핵소추안 의결이 무기명 투표라는 점이 변수다.
임 부장판사는 2월 28일 임기만료에 따른 퇴직을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2월 28일 이후면 판사 신분이 아닌 임 부장판사에 대해 헌재가 탄핵을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률적 논란이 예상된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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