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전역서 쿠데타 반발… 의료진 진료 거부-車경적 항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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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소리는 악마 쫓아내” 시민들 발코니서 냄비 등 두들겨
경찰, 수지 여사 수출입법 위반 기소… 美, 쿠데타 규정… 원조 제한 경고

창문 열고 ‘냄비 시위’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2일 미얀마 양곤의 한 가정집에서 금속 집기를 시끄럽게 두드리며 군부에 대한 항의 표시를 하고 있다. 양곤=AP 뉴시스
창문 열고 ‘냄비 시위’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2일 미얀마 양곤의 한 가정집에서 금속 집기를 시끄럽게 두드리며 군부에 대한 항의 표시를 하고 있다. 양곤=AP 뉴시스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인들은 군부에 대해 진료 거부에 나섰고 도심에서는 항의성 자동차 경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3일부터 미얀마 전역에서 의사, 간호사들이 진료 거부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에 대한 의료 지원을 중단한 것은 물론이고 일부는 아예 출근을 거부했다. 국공립 병원 20여 곳과 수도 네피도에 있는 병상 1000개 규모의 병원도 참여했다. 미국 ABC에 따르면 미얀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4만300명, 사망자는 3100여 명(2일 기준)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 체계가 마비되면 군부도 곤란해질 수 있다.

주택가에서는 시민들이 2일 오후부터 발코니로 몰려나와 “아웅산 수지 만세”를 외치며 양철 화분, 프라이팬 등 금속 집기를 시끄럽게 두들겼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수지 국가고문은 쿠데타가 일어난 1일 가택 연금됐다. 한 시민은 “북을 치거나 집기를 두들겨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은 악마를 쫓아낸다는 뜻”이라며 군부도 물러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ABC뉴스에 전했다.

군 소유 기업에서 생산한 맥주 등에 대한 불매운동도 번지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한 식당 주인은 “시민들이 지지하는 정부만 인정하겠다”며 군 기업이 납품하는 식자재는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는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상징하는 ‘붉은색’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미얀마 시민운동가들이 개설한 ‘시민 불복종 운동’ 페이스북 페이지는 개설 24시간 만에 구독자 15만 명을 모았다.

주요 외신은 미얀마 시민들이 대규모 거리 집회 대신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수지 고문의 안위를 염려해서라고 분석했다. 거리 시위가 군을 자극하고 폭력 사태로 번질 경우 수지 고문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도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경찰은 수지 고문을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15일까지 구금하기로 했다. 수지 고문의 자택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소형 무선장치를 발견했는데 이 장치가 불법으로 수입됐고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법은 유죄 확정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국제사회는 비판 강도를 높였다. 미국 국무부는 2일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미얀마에 대한 모든 원조 프로그램을 제한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페이스북은 쿠데타 선언을 온라인으로 방송한 미얀마 군부TV의 계정을 폐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일 미얀마 사태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기 위해 긴급 비공개 화상회의를 열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얀마#쿠데타#의료진#진료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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