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묵언수행 트럼프, 공화당 ‘배신자들’에 낙선운동 계획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5일 20시 04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2월 조찬기도회에서 자신의 탄핵 무죄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전한 USA 투데이 신문 1면을 들어 보이며 자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2월 조찬기도회에서 자신의 탄핵 무죄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전한 USA 투데이 신문 1면을 들어 보이며 자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차 탄핵 심판이 마무리되면 자신의 탄핵을 찬성한 공화당원들의 낙선운동 투어에 나설 것을 계획 중이라고 인사이더가 4일(현지 시간)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벤지 투어’는 하원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찬성표를 던진 10명의 공화당 의원을 주 타깃으로 할 전망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투표 인준 거부를 촉구했을 때 이를 비판했던 앤서니 곤잘레스, 탄핵 심판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던 리사 머코우스키 상원 의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시하는 인물들이다.

○트위터 없어 강제 묵언수행 중인 트럼프
현재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근신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수의 측근들과 탄핵국면이 수습되면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측근들은 일단 탄핵 심판 전까지는 신중하게 저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들은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자신에게서 돌아선 공화당원들을 저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의회에 나와 상원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서라는 민주당 측의 요청도 거부했다.

한 트럼프 측근은 인사이더에 “트럼프조차 우리(공화당)가 ‘트럼프 피로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선부터 취임식 사이에 트럼프의 행동은 명백히 이 나라를 지치게 했다”며 “솔직히 트위터가 트럼프한테 좋은 일을 한 거다”라고 말했다. 트위터가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을 영구차단한 게 오히려 트럼프 지지기반의 추가 이탈을 막았다는 것이다.

더그 헤이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 대변인은 “트럼프가 6일 의회난입 사태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잃어 타격이 큰 것은 맞다”면서도 “그 여파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조만간 트럼프에게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반격 못하자 측근들에게 트윗 올리라고 지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공개 비판하며 하원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 총회 의장에게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한다. 최근 데일리비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체니 의원에 대해 트위터로 직접 반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체니 의원에 대한 비판과 논평을 적은 뒤 이를 측근들에게 보여주며 트윗에 올리라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3일 내부 회의 표결을 통해 체니의 총회 의장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체니의 정치적 커리어를 끝내는 게 자신의 당내 영향력 유지에 중요하다고 봤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물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 측근은 인사이더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을 지지한 상하원 의원을 날려버리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고 전했다.

일부 고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가능한 빨리 대중 연설에 나서야 하다고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더 오래 침묵했다가는 공화당 내 지배력을 잃을 것을 우려해서다. 트럼프 캠프 고문 출신 인사는 이대로 가다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을 확보하는 게 더 어려워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자신감은 현재까지 공화당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데 있다. 쿼니피악대학교가 4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 76%는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사기 주장을 믿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두 번째 탄핵도 살아남을 것이라 확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탄핵심판에서 살아남은 뒤 지난해 2월 워싱턴 조찬기도회에서 ‘트럼프 무죄’라는 헤드라인이 박힌 조간신문 1면을 펼쳐들고는 자신의 탄핵 무죄 결과를 자축한 바 있다. 당시 그의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상원의원은 밋 롬니 딱 한 명 뿐이었다. 롬니 의원은 미국 정치 역사상 소속 당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한 최초의 상원의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물론 이번에는 그 숫자가 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상원은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위헌이기에 진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랜드 폴 의원(공화당)의 안건을 표결에 붙였다. 탄핵 심판을 앞두고 상원의원들의 표심을 예측할 수 있는 표결이었는데 탄핵을 진행해야 한다는 공화당원표는 5표밖에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 측근들 중에서도 그가 상원에서 탄핵 유죄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인사이더는 전했다. 탄핵이 가결되려면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67명)이 찬성해야하는데 이는 미국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다만 베테랑 공화당 선거 전략가 마이크 두헤임은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나 트럼프는 몇 년 간 근신하는 게 최선”이라고 평했다. 그는 조지 W 부시를 예로 들며 “최악의 경제위기 와중에 전쟁을 치르며 임기를 마쳤지만 현직 때보다 지금 인기가 더 많다. 옹졸한 정치 세계에서 떨어져 원로 정치인이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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