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고공 행진에 지난해 파란눈 집주인 크게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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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2월 10일 10시 00분


임대차 갈등 생기지만 국내 세입자 보호방안 없어 논란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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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국내 부동산을 구입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집주인과 내국인 세입자 간 분쟁도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미흡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외국인, 국내 부동산 투자 급증

10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거래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주거·상업·공업·기타 모두 포함) 구입이 처음으로 2만 건을 넘어섰다.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이다.



국내 건축물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었다. 2010년 이후 2013년까지 6000~7000건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4년(1만 1032건)에 처음으로 1만 건을 돌파했다. 이후 2015년(1만 4570건) 2016년(1만 5879건) 2017년(1만 8497건) 2018년(1만 9998건) 2019년(1만 7763건)에 모두 1만 건을 훌쩍 넘겼다.

특히 지난해 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은 4775건으로 전년(3886건)보다 22.9% 증가했고, 경기(18.1%) 인천(5.2%)도 상승폭이 컸다.

외국인 투자자의 상당수는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임대수익 등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가 적잖았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외국인 2만3219명이 국내 아파트 2만3167채를 취득했는데, 이중 소유자가 거주한 적이 없는 아파트가 7569채로 무려 32.7%나 됐다.

이처럼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진 데에는 국내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투자수익이 높아진 탓이다.

여기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자금조달계획서 등과 같은 부동산 규제가 내국인에만 적용된 것도 이런 흐름을 부추겼다.

외국인은 자국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금은 국내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때문에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자유롭다.

● 국내 세입자 보호 방안 필요
국내 부동산을 매입해 임대사업에 띄어드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세입자와 갈등을 빚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2019년 5월, 보증금 3억 원 짜리 빌라에 전세로 살던 A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계약 만료 2개월 전 계약 종료를 알리기 위해 집주인과 통화했다. 일본 국적의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계약이 만료되고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씨는 소송을 위해 내용증명을 보내려 했지만 집주인이 국내에 거주하지 않아 관련 서류 송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나마 집주인이 운영하던 사업장 주소가 있어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이후에도 집주인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전세금 반환 소송을 통해 승소 판정을 받고, 경매 절차를 거쳐 전세금을 돌려받았다. 이런 과정에 무려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내 집주인과 달리 외국인에 대해선 제재 방안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외국인 집주인과 임대 계약을 맺을 때엔 법적인 관계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나중에 벌어질 소송을 위해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 자료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내용 증명과 같이 공식적인 자료가 있으면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메신저 기록·통화녹음도 증거 자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종합법률사무소 ‘법도’의 엄정숙 변호사는 “외국인 집주인에게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여권 등을 통한 신분 확인 ▲임의 경매 가능성을 대비한 전세권 설정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등을 하는 게 좋다”며 “특히 외국인 임대인이라면 확실한 담보력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이어 “임대 목적물의 시세가 보증금보다 더 비쌀 때 계약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등기부 등본을 열람해 계약 당사자보다 선순위 근저당권이 잡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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