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트럼프 탄핵 심판 ‘합헌’ 결정…공화당서 6명 이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0일 16시 36분


미국 상원이 전직 대통령 탄핵 심판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로써 지난달 국회의사당 난입사건과 관련해 내란 선동 혐의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 심리가 본격 시작된다.

9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심리에 앞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진행한 상원 표결에서 56 대 44로 합헌 결정이 났다고 보도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각각 50석을 보유하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6명의 표가 이탈해 합헌에 표를 던졌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탄핵될 가능성은 낮다. 탄핵에 필요한 3분의 2 찬성을 위해서는 공화당에서 최소 17표의 반란표가 나와야 하는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표결에 앞서 하원 탄핵소추위원단과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4시간에 걸쳐 공방을 벌였다. 탄핵소추위원단은 탄핵의 근거가 된 국회의사당 난입사건 당시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담긴 13분짜리 동영상을 보여줬다.

탄핵소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이미 라스킨 하원 의원은 큰 아들을 자살로 잃은 직후 의회 난입 사건으로 막내딸과 사위마저 떠나보낼 뻔한 가족사까지 공개했다. 시위대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6일은 라스킨 의원이 우울증으로 자살한 아들 토미의 장례식을 치룬 다음날이었다. 그의 막내딸인 타비사와 맏사위는 라스킨 의원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의회를 방문했고 그 시점에 의회 난입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라스킨 의원은 “딸과 사위는 의회 사무실로 피신해 바리케이트를 치고 숨은 채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작별의 문자와 전화를 했다”며 “의회 난입으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말하며 탄핵 심판을 호소했다.

상의를 탈의한 상태에서 뿔 모자를 쓰고 얼굴에 페인트를 칠한 채로 의회에 난입해 주목받았던 큐어넌 회원 제이컵 챈슬리는 “의사당에 난입한 일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 다른 이들의 마음에 공포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매우 실망했다. 그는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챈슬리는 불법 침입, 난동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상원은 10일부터 휴일 없이 매일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CNN은 증인신문이 없다면 13일 심리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14일 또는 15일에 최종 탄핵 투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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