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하는 과정에서, 또 보도가 나간 뒤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히어로콘텐츠팀(히어로팀)이 대체 뭐냐’, ‘왜 장기기증을 보도주제로 선정했냐’는 것이었다. 동아일보 히어로팀은 지난해 동아일보가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일종의 프로젝트팀이다. 히어로팀은 각 부서에서 차출된 4~5명의 소수정예 기자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히어로팀에 소속되는 즉시 현업부서를 떠나 오직 히어로팀 보도 주제만을 취재하게 된다. 보도주제 선정이나 취재기한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 기자들로서는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여건 상 심도 있는 장기취재가 불가능했던 보도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히어로콘텐츠는 이 같은 취재기자 외에도 전담 사진기자, 일러스트·그래픽 등을 맡을 뉴스디자인 담당 기자, 별도 사이트 구축을 위한 기획 기자 및 디지털 전문가, 신문 레이아웃을 위한 전담 편집기자가 함께 협업해 만들어진다. 처음 팀이 결성됐을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역시나 보도주제 선정이었다. 취재팀장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는 것, 또 하나는 히어로팀이어야만 가능한 보도주제를 정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짧은 기간 안에 취재가 가능하다거나 모두가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현안이라면 굳이 히어로팀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명의 기자가 △동시에 움직이며 △장기간의 깊이 있는 취재를 할 수 있는 만큼 이 소중한 기회를 헛되지 않게 할 보도주제를 선정하려 고심했다. 팀 내에서 다양한 주제가 나왔다. 모두 중요하고 가치 있었다. 그러나 3주 간의 열띤 회의와 토론, 기초 취재 끝에 우리는 장기기증을 최종 보도주제로 선정했다. 애초에 기사를 통해 ‘장기기증을 해야한다’는 말을 하려던 건 아니다. 다만, 날이 갈수록 사는 게 힘들고, 외롭고, 각박하게 느껴지는 세상 속에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을 때조차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나눈 사람들의 숭고함을 알리고 싶었다.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죽음 앞에서만큼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순 없다. 아무리 낙심한 상황이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만큼 애끊는 순간은 없다. 그 모든 어려움이 더해진 상황에서조차 남을 위해 나누는 결정을 한 사람들. 그들을 통해 우리 사회는 아직 살만한 곳임을,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우리는 가진 것을 나누고 서로 기댈 수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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