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악가 생상스는 ‘동물의 사육제’라는 곡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사육제 기간 방문한 오스트리아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친구인 샤를 르부크가 주최하는 사육제의 음악회를 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 콘트라베이스를 활용하여 코끼리의 육중함을 표현하거나, 클라리넷으로 암탉의 소란스러움을 재현하는 등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일품이다.
특히 이 곡이 최고의 프로그램 뮤직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동물들도 사육제를 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생상스의 풍부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아름다운 선율로 구현해내는 작곡가로서의 실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얼리로 동물들의 사육제를 열어볼 수는 없을까. 다행히도 최고의 주얼러들은 동물로부터 영감을 받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작해 오고 있다. 과연 어떤 동물들이 올해의 사육제에 참석하게 될지 함께 살펴보자.
먼저 반클리프아펠에서는 두 마리 동물이 참여하기로 했다. 어떤 친구들인지 설명하기 전 반클리프의 동물 사랑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 보자. 1954년 반클리프아펠은 ‘라 부티크(La Boutique)’ 컬렉션을 선보였다. 장난기 넘치는 포즈와 작고 귀여운 얼굴을 지닌 동물 클립들은 일상에서도 언제든지 포인트 아이템으로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았다.
반클리프아펠은 그 이후로도 ‘노아의 방주’를 콘셉트로 하이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이는 등 동물 애호 주얼러로서 활약해 왔다. 오늘 등장하는 동물들은 2017년부터 출시되고 있는 ‘러키 애니멀(Lucky Animal)’ 컬렉션이다.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무는 반려동물인 강아지와 고양이가 축제에 참여했다. 두 동물의 윤곽은 아름답게 폴리싱된 섬세한 골드비즈가 맡았다. 강아지를 뜻하는 ‘시앵(Chien) 클립’은 점박이 강아지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귀여운 클립이다. 강아지의 하얗고 보드라운 털은 화이트 마더오브펄로, 까만 반점과 장난기 가득한 눈은 오닉스로 섬세하게 세공되어 강아지 특유의 ‘멍뭉미’가 잘 드러난다.
고양이를 의미하는 ‘샤(Chat) 클립’은 도도한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꼬리를 살랑 흔들고 있는 클립이다. 옐로골드로 만들어진 섬세한 고양이 수염과 결을 살려 세공한 타이거아이로 제작된 꼬리가 매혹적이다.
이번엔 따뜻한 봄 날씨를 만끽하러 동물원으로 나가보자. 부쉐론은 1858년부터 ‘애니멀 컬렉션(Animaux de Collection)’을 제작해오고 있다. 동물을 단순한 디자인 소재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 착용자가 동물 주얼리가 지니고 있는 의미와 강렬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주얼리를 만든다고 한다. 부쉐론이 만든 동물 주얼리는 일종의 벗이자 부적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동물과 관련된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창업주의 손자 제라르 부쉐론이 키우는 고양이 블라디미르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이 발랄한 검은 고양이는 부티크에 진열되어 있는 주얼리와 원석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고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브랜드의 마스코트로 오랜 기간 활약했으며 현재까지도 부쉐론의 영감의 원천 중 하나로서 소중한 유산이 되었다.
그렇다면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가 보자.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박새와 사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메이사(MEISA), 박새 브레이슬릿’은 작은 두 마리의 박새가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종알대고 있는 주얼리다. 옐로골드와 230개의 다이아몬드가 화려하게 손목을 감싸 마치 손목 위에 어여쁜 새들이 앉아 있는 느낌을 준다. 고민이 있는 날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다면 ‘메이사(MEISA), 박새 펜던트’를 주목해보자. 나뭇가지 위에 앉은 나만의 작고 소중한 새 한 마리가 착용자의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나라(NARA), 사슴 링’은 필자가 부쉐론의 애니멀 컬렉션 중 가장 좋아하는 주얼리다. 암사슴을 모티프로 제작된 이 반지는 옐로골드와 라운드컷 다이아몬드, 블랙사파이어와 오닉스가 아름다운 사슴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로 결을 살린 금 세공이 인상 깊다. 마치 살아있는 사슴의 보드라운 털을 만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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