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요양병원 환자 2명이 사망하면서 방역당국은 ‘백신 불신’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사망자 모두 기저질환이 있던 탓에 비슷한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접종 기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기저질환이 있을수록 코로나19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이상반응보다 불신이 더 큰 위험”
3일 백신 접종 후 첫 사망자가 나오자 질병관리청과 경기도는 역학조사에 나섰다. 의무기록 조사, 의료 전문가로 이뤄진 피해조사반 조사를 통해 사망과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방역당국은 국내외에 보고된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분석한다. 이어 사망자들이 맞은 것과 동일한 제조번호의 백신을 접종한 다른 사람들의 이상반응, 이들과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이상반응도 확인한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성이 확인되면 최대 4억3000만 원의 국가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망 사례로 인해 기저질환자가 접종을 거부할 경우 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평소 환자의 사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라며 “이곳에서 일어난 접종 후 사망은 백신 부작용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110건 보고 됐지만, 백신과의 인과성이 확인된 건 없었다. 당시 ‘상온에 노출됐다’, ‘백색 입자가 나왔다’ 등 백신 품질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사망자들은 모두 심·뇌혈관계 질환이나 당뇨, 악성 종양 등 기저질환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장은 “예방접종 후 사망한 사람은 눈에 띄지만 접종한 덕분에 코로나19로 사망하지 않은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예방 접종은 사람을 살리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위험군에서 백신이 위험하다는 증거가 있었다면 접종 이전에 허가가 안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는 호전
다만 이번에 발생한 백신 접종 후 사망자 2명에 대해 방역당국이 직전까지 이상반응 ‘경증’으로 분류한 것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는 방역당국이 아나필락시스(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 외에는 모두 ‘일반’ 이상반응으로 집계해 경증으로 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번에 사망한 분들은 심폐기능에 문제가 온 것이어서 중증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이상반응 분류를 세밀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백신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는 3일까지 보건당국에 3건 신고됐다. 이 중 2명은 상태가 호전돼 귀가했으며, 1명은 보건당국이 관찰 중이다.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 반응이 갑자기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학계에선 백신과 무관하게 매달 10만 명당 4.72건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심각한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구분되는 ‘아나필락시스양’ 반응이 있는데, 이는 예방접종 후 2시간 이내 호흡곤란, 두드러기 등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말한다. 방역당국은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신고 된 아나필락시스 의심사례는 아나필락시스양에 해당되는 것으로 잠정 판단하고 있다.
질병청은 앞으로도 기저질환자의 백신 접종을 계속할 방침이다. 다만 의식상태가 좋지 않거나 37.5도 이상의 발열이 있는 경우, 또는 임종이 임박하거나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은 접종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안내할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이상반응 방지를 위해 건강상태가 좋은 날 예방 접종을 받고 접종 대기 중에 물을 충분히 마셔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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