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에 문구 적은 19세 소녀… “죽으면 시신 기증” 페북에 유언
머리 총 맞고 숨져… 시민들 분노
군부, 저격수 배치 시위대 조준사격
3일만 38명 숨져… 총 68명 달할듯
유엔특사 “저항 안해도 사살, 충격적”
미얀마 군경이 3일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쏜 총에 맞아 최소 38명이 사망했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난달 1일 이후 하루 사망자로는 가장 많다. 이날 38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쿠데타 발생 이후 지금까지 시위대와 시민 등 최소 68명이 숨졌다. 군부가 시위 현장에 저격수를 배치하고 시위대를 향해 조준사격을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미얀마에 대한 모든 개발 협력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부는 “우리는 제재에 익숙하다”며 강경 진압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군부는 4일 지금의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다고 발표해 진압 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사망한 19세 여성 찰 신의 시위 현장 사진이 퍼지면서 미얀마 전체는 슬픔과 분노에 잠겼다. 사진 속 그는 피투성이가 된 채 가슴 부분에 ‘Everything will be OK(다 잘될 거야)’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혈액형은 A형이고 사망할 경우 시신을 기증해 달라는 글을 연락처와 함께 남겼다. 같은 달 11일엔 시위 현장에 나가기 전 아버지가 그의 손목에 붉은 손수건을 매 주는 사진을 올리면서 “아빠, 사랑해요”라고 썼다. 붉은 손수건은 아웅산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상징이다. 페이스북엔 자신이 태권도를 가르친다는 글과 사진도 남겨져 있다.
찰 신은 NLD가 압승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당시 투표 후 그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내 첫 번째 투표다. 우리나라를 위해 내 권리를 행사했다”고 했다. 찰 신과 함께 3일 시위 현장에 있었던 미얏 투는 로이터통신에 “경찰이 발포할 때 찰 신은 ‘앉아! 앉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얏 투는 “찰 신은 전우(comrade)처럼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고 보호했다”고 말했다. 사망 직전 찍힌 시위 현장 동영상에서 찰 신은 “우리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유혈사태는 안 된다”라고 외친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크리스틴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3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쿠데타 발생 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라며 “군경의 발포로 38명이 숨졌다.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버기너 특사는 “군부가 9mm 기관총과 다른 자동화기를 동원해 시민을 저격하고 있다”며 이들의 조준사격이 3일 많은 희생자 발생으로 이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점을 내비쳤다. 실제 3일 사망자 중에는 10대 2명을 포함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경우가 적지 않다. 버기너 특사는 “경찰이 시위 참가자 한 명을 끌고 간 뒤 근거리에서 사살하는 영상을 봤다”며 “체포에 저항하지 않았는데도 길거리에서 그랬다.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었다”고 했다. 현지 의료진도 사상자 대부분이 머리를 다쳤다며 군경의 조준사격 의혹에 힘을 실었다. 소셜미디어에는 군경이 높은 철탑, 건물 등에 올라가 시위대를 조준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시민들은 굴하지 않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 활동가 마웅 사웅카는 4일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언제나 실탄에 맞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그러나 군부 아래에서 살아 있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군부의 하수인이 되지 않겠다며 반기를 드는 공무원과 고위 관료도 늘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국영통신사 소속 직원 115명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수지 국가고문 측이 임명한 초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 대신 최근 군부가 임명한 틴 마웅 나잉 대사는 자진 사퇴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