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 공모주에 64조 뭉칫돈…1株도 못받는 청약자 생길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21시 54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사상 최대인 64조 원에 가까운 청약 증거금을 끌어 모으며 한국 공모주 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뒷받침된 데다 올해부터 적은 돈으로도 공모주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약 240만 개 계좌가 청약에 참여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 사상 처음으로 공모주를 추첨 방식으로 배분했고 이에 따라 주식을 1주도 못 받는 청약자가 속출했다.

● 240만 개 계좌에서 64조 원 뭉칫돈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일부터 이틀간 6개 증권사에서 진행한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주 청약에 총 63조6198억 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 원)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58조4237억 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6개 증권사에서 총 239만8167개 계좌가 청약에 참여해 평균 청약 경쟁률은 335 대 1로 집계됐다.

이날 6개 증권사 영업점과 온라인 창구는 종일 투자자들도 붐볐다.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서비스가 일시 지연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1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청약했다”는 투자자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이 같은 청약 열풍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증시 대기자금(투자자예탁금)이 67조 원에 육박한 데다 지난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상한가)을 이어간 공모주를 보며 학습 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일반 청약 물량의 절반을 최소 증거금 이상을 낸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배분하는 ‘균등배분 방식’가 시행됐고, 증권사별로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점이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회사원 조모 씨(29)는 “증권사 4곳에 청약을 넣었다. 소액으로도 청약이 가능하다보니 회사 동기들도 너도나도 계좌를 만들어 청약에 나섰다”고 했다.

● 사상 최초로 추첨도…증거금 1억 원 내면 5주 받아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최소 증거금을 냈더라도 1주도 받지 못하는 투자자들도 속출했다. 가장 적은 물량(5%)을 배정받은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청약자 수가 균등배분 주식 수를 뛰어넘었다.

이럴 경우 청약자를 무작위로 추첨해 1주씩을 배분해야 한다. 삼성증권에선 25만2000명이, 하나금융투자에선 6만6000명이 추첨에서 탈락해 1주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만 이들이 다른 증권사에 중복 청약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균등배정 물량이 다 차지 않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에선 최소 1~2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 주관사로 가장 많은 물량(37%)이 배정된 NH투자증권을 기준으로 1억 원의 증거금을 넣었다면 균등배분 1주와 비례배분(증거금에 비례하는 기존 방식) 4주 등 5주 정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 배정 결과는 12일 발표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 상장 이후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사업 기회가 크게 확대됐고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따상에 성공하면 주가는 16만9000원까지 올라 하루에 1주당 10만4000원의 차익을 올릴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들도 9일 마감한 우리사주 청약에서 배정 물량의 97.8%를 청약해 따상에 성공하면 큰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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