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집결지가 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2일 03시 00분


한때 우범지역이던 전주 ‘선미촌’
문화재생사업 이후 7곳만 영업
폐가 활용해 마을정원 등 조성
전국 지자체-단체들 벤치마킹 나서

9일 전북 전주시 서노송예술촌을 찾은 김창룡 경찰청장(왼쪽)이 김승수 전주시장(가운데)과 관계자로부터 성매매 집결지를 예술촌으로 변화시키는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 추진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주시 제공
9일 전북 전주시 서노송예술촌을 찾은 김창룡 경찰청장(왼쪽)이 김승수 전주시장(가운데)과 관계자로부터 성매매 집결지를 예술촌으로 변화시키는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 추진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주시 제공
김창룡 경찰청장이 9일 오후 전북 전주시 서노송예술촌에 찾아왔다. 김 청장은 김승수 전주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한때 성매매 집결지에서 지금은 여성 인권과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장을 둘러봤다.

7월 시행을 앞둔 자치경찰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전북을 방문한 김 청장은 현직 경찰청장으로는 처음으로 서노송예술촌을 찾아 예술촌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 청장은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는 관(官) 주도의 전면적 개발 방식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고민하며 추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전국을 넘어 세계적인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8일에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인권 향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을 보고 배우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전주 서노송예술촌이 주목을 받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서노송동 일대 주택가에 만들어진 이른바 ‘선미촌’에서는 한때 400여 명의 여성이 성매매 일을 했다. 전주의 대표적인 우범지역이었던 이곳은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종사자가 100여 명으로 급감했고 최근에는 10여 명으로 줄었다. 2000년대 초반 85곳에 달했던 관련 업소도 7곳만 남았다.

전주시가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은 2015년부터다. 74억 원을 들여 추진한 문화 재생사업으로 서노송동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과거 성매매업소와 폐가 등은 예술책방이나 마을정원, 주민소통 공간, 마을사 박물관 등으로 다시 태어났다. 어두웠던 환경은 보안등과 가로등, 방범용 폐쇄회로(CC)TV 등 시설이 늘면서 밝게 바뀌었다.

이런 노력은 범죄 예방 효과로 이어졌다. 사업을 시작한 2015년 서노송동 성매매 집결지 일대 112신고 건수는 1만8000여 건이었으나 2019년 말 기준 1만2000여 건으로 3분의 1가량 줄었다. 살인, 강도 등 5대 범죄 건수도 감소했다. 전국의 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방문이 줄을 잇는 이유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125개 기관 및 단체에서 1245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대학 연구진이 사례 연구를 위해 찾기도 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선미촌의 변화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 주민들과 문화예술가들의 협력,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노력이 빚어낸 성과”라며 “지속적인 재생사업으로 모두가 찾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성매매#집결지#문화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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