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링’으로 떠난 전설의 미들급 복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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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고’ 평가 해글러 별세
두란-헌스-레너드와 세기의 대결
별명 ‘마블러스’ 넣어 이름 바꿔

전설적인 복서 마빈 해글러가 14일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1983년 ‘돌주먹’ 로베르토 두란과의 대결에서 15라운드 판정승한 뒤 챔피언 벨트를 양손에 들고 환호하는 해글러. AP 뉴시스
전설적인 복서 마빈 해글러가 14일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1983년 ‘돌주먹’ 로베르토 두란과의 대결에서 15라운드 판정승한 뒤 챔피언 벨트를 양손에 들고 환호하는 해글러. AP 뉴시스
1980년대 사각 링을 지배했던 전설적인 복서 ‘마블러스’ 마빈 해글러가 14일 별세했다. 향년 66세.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이날 해글러의 아내 케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인용해 해글러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케이는 “불행히도 오늘 사랑하는 남편이 뉴햄프셔의 집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54년 5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흑인 빈민가에서 6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해글러는 프로복싱 역사상 최고의 미들급 복서로 평가받는다. 해글러는 1980대 사각 링을 풍미했던 미들급 ‘4대 천왕’ 중 한 명이었다. 로베르토 두란(70·파나마), 토머스 헌스(63), 슈거 레이 레너드(65·이상 미국) 등과 치른 매 경기가 ‘세기의 대결’로 불렸다.

해글러는 1983년 ‘돌주먹’ 두란을 상대로 심판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1985년에는 헌스를 3라운드 KO로 꺾었다. 이 경기는 해글러가 거둔 승리 중 최고의 한판으로 평가된다. 해글러는 1987년 4월 레너드와 맞붙었는데 12라운드 끝에 판정패했다. 그는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해글러는 은퇴 후 영화계에 뛰어들어 B급 액션물의 주인공을 맡기도 했지만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해글러의 프로 통산 전적은 67전 62승(52KO) 2무 3패다. 특히 1980년부터 1987년까지 약 8년간 12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세계 최강 복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1976년부터 1986년까지 10년간은 36승 1무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그는 1983년과 1985년 두 차례 미국 복싱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복서’에 뽑혔고, 복싱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전설적인 복싱 프로모터인 밥 애럼은 “해글러는 영예로운 사람이었고,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었다”며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투지로 링에서 싸웠던 그는 진정한 운동선수이자 진실한 사람이었다. 그가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애도했다.

그는 대부분의 승리를 KO로 거둔 반면 3패의 패배 중 KO는 한 번도 없었다. 팬들과 언론은 그를 경이롭다는 뜻의 ‘마블러스(Marvelous)’라고 불렀다. 그는 1982년에는 법적인 이름을 아예 ‘마블러스 마빈 해글러’로 바꿨다. 유족으로는 아내 케이, 전처 버사 해글러와 둘과의 사이에서 낳은 5명의 자녀가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하늘의 링#전설#해글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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