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 넘게 오르면서 집주인들은 “세 부담이 너무 커졌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대책에 실패해 집값을 올려놓더니 공시가격까지 무리하게 올려 보유세를 과도하게 징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주택자로 고정 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13년 전 장만한 서울 광진구 아파트에 사는 A 씨(64)는 올해 처음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한다. 그동안은 공시가격이 올라도 9억 원에 못 미쳐 재산세만 내면 됐다. 하지만 지난해 8억3000만 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는 9억 원을 넘을 게 확실시된다. A 씨는 “재산세도 자식들이 대신 내주고 있는데 종부세까지 자식 신세를 져야 한다면 너무 부담스럽다”며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어 “투기한 것도 아닌데 정부가 집값을 올려놓고 세금까지 더 내라고 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투자’로 서울 성동구 10억 원대 아파트를 매입한 직장인 B 씨(36)는 벌써부터 재산세 고지서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6억4000만 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8억 원대로 오르면서 재산세도 급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지 않는 이상 이득을 본 것도 아닌데 세금 부담만 커졌다”며 “대출이자 부담도 적지 않은데 세금 인상이 너무 가파르다”고 말했다.
무주택자인 C 씨(45·서울 마포)는 “공시가 현실화 조치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렇게 보유세를 늘려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정책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공급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세금 압박을 통한 투기 억제책을 유지하면서 세 부담만 늘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 정부는 2017년 출범한 이후 투기를 막고 다주택자들의 주택 처분을 유도하려고 보유세 부담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공시가격 인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공급확대책을 펴면서 공시가격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공시가격 발표 때마나 가뜩이나 혼란과 반발이 큰데 세금 저항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애초 의도한 대로 보유세 부담을 못 이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상당수 다주택자는 이미 증여하거나 처분해 집값에 영향을 줄 정도로 급매물이 많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임대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전세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집주인들이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거나 계약갱신 요구에 따른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는 임대료를 상한선 이상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목표치가 있더라도 세금은 국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며 “민간 소비를 살리기 위한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사실상 증세를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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