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꿈 완성한 식기 렌털 스타트업 ‘뽀득’ 박노준 대표
CEO수업 들으며 사업 계획 세우고, 캠퍼스 창업대회 상금으로 테스트
교내 창업 공간서 투자 유치 구체화… 3D프린터 등 첨단장비 갖춘 고려대
창업 연계형 전문 창작 공간 구축… 10억 원 규모 학생창업펀드 조성
‘매일 설거지만 대신해 주는 곳 없을까. 설거지가 제일 귀찮다.’
2010년 고려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하며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박노준 ㈜뽀득 대표(32)의 머릿속에 있었던 생각이다. 결국 그는 ‘식기 렌털’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식당, 회사, 관공서에서 매일 음식이 묻은 식기를 가져와 세척한 뒤 다음 날 아침 배송해준다. 뽀득은 2018년 6월 서비스 시작 이래 연평균 600%씩 성장 중이다. 매일 세척하는 식기는 7만 개, 고객사는 310곳이 넘는다.
박 대표는 대학에서 창업 수업을 들으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학내 창업 공간에서 논의하고, 교내 창업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사업을 테스트했다. 박 대표는 “학교의 여러 창업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자본금 하나 없이 창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완성된 창업
박 대표는 2016년 고려대에서 ‘캠퍼스 CEO’ 과목을 들었다. 해당 과목은 고려대가 2008년 국내 처음으로 개설한 창업 전주기 정규 과목이다. 창업의 과정을 기초부터 배웠고, 여러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다. 박 대표의 아이디어는 이전에 없는 새로운 서비스가 될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만큼 테스트가 필요했다. 고객이 만족할지,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지, 창업비용은 얼마나 들지 등을 알기 위해서였다.
박 대표는 고려대가 창업 과목 수강생 중 우수한 아이템을 보유한 팀을 선별해 치르는 ‘캠퍼스 CEO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여기서 받은 500만 원으로 박 대표는 고려대 자취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사업을 벌였다.
수거용 박스를 사서 나눠 준 뒤 ‘매일 밤 11시 문 앞에 음식이 묻은 그릇을 내놓으면 다음 날 아침에 깨끗한 그릇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쏘카를 빌려서 밤에 그릇을 수거했다. 학교 앞 식당도 빌렸다. 영업을 끝낸 식당의 주방에서 열심히 설거지를 한 뒤 깨끗해진 그릇을 새벽에 배송했다. 상금은 이 모든 과정에서 요긴하게 쓰였다.
“현대판 우렁 각시! 최고예요.”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밤 시간에 식당을 임대에서 사업을 하려던 계획은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대신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해야겠다고 결론 내렸다.
2017년은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고려대가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빌려주는 공간인 ‘KU개척마을(파이빌)’에서 고민하며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결국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등 정부에서 지원금 7억 원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공장을 설립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펀드 10억 원 조성 계획
박 대표처럼 고려대에서는 학생 창업이 활성화돼 있다. 내부적으로 탄탄한 창업생태계를 오래전부터 구축한 덕분이다. 고려대는 1999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으로부터 창업보육센터로 지정되며 학생 창업 지원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창업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실현하고 시제품을 제작하기까지 전 과정을 단계별로 도와주는 게 특징이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이 교내의 창업 관련 부서들을 조율하며 유기적으로 지원 중이다.
고려대에는 3D 프린터와 스캐너 등 각종 첨단장비를 갖춘 창업 연계형 전문 창작 공간(X-Garage)이 있다. 여기서 학생들은 기술 컨설팅을 받으며 시제품을 제작해 볼 수 있다. 법과 금융, 홍보, 특허 등에 대한 지원도 해준다. 창업 아이디어 공간을 떠올릴 수 있는 KU개척마을(파이빌)도 있다.
고려대는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과정도 계속 개발 중이다. 2019년 2학기에는 ‘기술창업 융합전공’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경영학과, 컴퓨터학과 등 9개 학과(부)가 참여한다. △캠퍼스 CEO △벤처경영 등 창업 관련 과목과 △데이터 분석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 △기술창업전략 등의 과목도 편성됐다.
고려대는 매 학기 말 캠퍼스 CEO 창업경진대회를 열고 수상팀에 상금 500만 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350명이 참가한 가운데 8개 팀에 상금을 지원했다. 정석 크림슨창업지원단장은 “올해 대학 차원에서 에인절투자자처럼 직접 창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하려 한다”며 “올해부터 2년간 10억 원 규모의 학생창업펀드를 조성해 학생 창업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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