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스마트폰 사용 쉽게… 서울디지털재단 표준안 개발
이해 어려운 신조어 자제하고, 영상콘텐츠 자막 5초이상 유지
서울에 사는 황용철 씨(70)는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 신청하려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포기했다. 복지관 홈페이지 화면에는 아이콘이 너무 많아 원하는 메뉴를 찾기 어렵고 글자도 작아 읽기에 답답했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힘든 용어도 적지 않았다. 황 씨는 “복지관 디지털 활용 교육에서 배운 실력을 발휘해 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결국 근처에 사는 자녀의 도움으로 어렵게 수강 신청을 마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스마트폰을 쓰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황 씨처럼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디지털재단이 고령층의 스마트폰 앱이나 모바일 웹, 영상 콘텐츠 사용을 돕기 위한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안’을 전국 최초로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장애인을 위한 정보 접근성 표준안은 있으나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돕기 위한 표준안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은 ‘모바일 웹·앱’과 ‘영상 콘텐츠’의 2개 분야별로 총 20대 요건을 제시했다. 모바일 웹·앱 분야에서는 글자 크기를 14포인트 이상으로 하고 필기체, 흘림체 등 복잡한 형태의 글꼴 사용은 자제하며 신조어 대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상 콘텐츠의 경우 흐르는 자막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읽을 수 있게 첫 글자가 화면에서 사라지기까지 5초 이상 머물러야 하며 영상 속 화자의 속도는 초당 4음절 정도로 천천히 발음하도록 권고했다. 설명이 필요한 화면은 그 대상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재단 관계자는 “디지털 콘텐츠가 고령층의 신체적, 인지적, 심리적 특성을 반영해 제작될 수 있도록 표준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재단이 진행한 고령층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모바일 웹이나 앱을 이용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요소로 응답자의 51.3%가 ‘용어’를 꼽았다. 각종 기능을 설명하는 단어가 이해하기 어렵게 표현돼 있다는 것이다. 화면 구성이나 배치, 정렬 등 레이아웃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거나 기능이나 콘텐츠가 이용하기 어렵게 분류돼 있어 원하는 기능을 찾기 힘들다는 답변도 각각 51.0%와 50.0%를 차지했다.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 개선 방향으로 응답자의 34.3%는 ‘단순하고 알기 쉬운 화면 구성’을 꼽았다. ‘서비스 이용 절차 간소화’(26.7%), ‘주요 이용 서비스 위주의 간결한 구성’(23.3%) 등이 뒤를 이었다.
재단은 이번에 개발한 표준안을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홈페이지에 시범 적용하고 서울시 주요 민원 서비스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표준안은 서울디지털재단 홈페이지의 ‘지식정보’ 코너에 공개돼 민간 등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재단은 하반기(7∼12월) 키오스크 분야 표준안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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