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한인 여성 사망자들의 장례식에 현지 총영사가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교민 사회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총격 사건이 벌어진 지난달 16일 이후 지금까지 이수혁 주미대사가 현지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것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총영사마저 장례식이나 추모집회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영사당국의 부실 대응 논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30일(현지 시간) 주애틀랜타 총영사관과 현지 한인매체에 따르면 지난주 현지에서 열린 한인 여성 4명 중 2명의 장례식에는 김영준 애틀랜타 총영사가 아닌 경찰영사와 민원영사가 각각 참석했다. 김 총영사는 채널A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이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해 저희로서는 조금 더 신경 써서 영사를 보냈다”면서 “다만 총영사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국민들이나 동포사회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관행적으로 (대응)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과 유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 총영사는 비슷한 시기에 다른 한인의 장례식에는 참석했다. 그는 이에 대해 “한인 참전용사의 운전면허증에 참전 사실을 기록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입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계속 협력해온 단체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주미대사가 애틀랜타 현장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총격 사건 희생자 8명 중 4명이 한인 여성이었던 데다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을 찾아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면담하고 현지 대학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폭력을 규탄하는 연설을 했다. 한국계 앤디 김 의원을 비롯해 연방의원들도 사건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아시아계 인사들을 만났다.
주미대사관은 사건 발생 후 대사관 건물에 조기를 게양하고 대사의 추모 메시지를 발표했으며, 미국 내 반(反)아시아 범죄 증가의 동향을 분석해 대응책을 수립하는 등 대응해왔다고 해명했다. 대사관 측은 “외교부 본부 및 주애틀랜타 총영사관과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면서 종합적으로 대응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현지 총영사관의 행보에 대해서까지 논란이 불거지면서 외교부의 재외국민 안전 보호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유족 측이 장례식이 공개되거나 외부인이 오는 걸 원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20대 현지 교민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이 가장 위로 받는 건 진정한 마음을 보았을 때인데, (추모행사나 장례식) 한 번 가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냐”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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