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주요 원인 ‘난소기능 저하’… “간단한 혈액 채취 ‘AMH 검사’로 미리 진단해야”

  • 동아경제
  • 입력 2021년 4월 20일 20시 41분


난임 환자 수 매년 5%씩 증가 추세
결혼 연령↑·환경 영향 등 요인
최근 ‘난소기능 저하’ 주요 요인 급부상
지속적인 검진으로 건강관리 필요
AMH 검사, 혈액 채취해 ‘난소 나이·질환’ 진단
“생리 규칙적이어도 난소기능 저하될 수 있어”

최근 결혼을 하는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늦어지는 출산 시기와 환경 영향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난임 문제를 고민하는 부부가 늘어나는 추세다. 난임은 가정 문제를 넘어 인구 감소 등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 만큼 기본적으로 주기적인 검진 등 개인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한다. 여성의 경우 난소 상태와 관련 질환을 진단하는 검사 방법 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복잡한 절차 없이 간편하게 혈액 채취만으로 난소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가 주목받고 있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국내 난임 환자 수는 지난 매년 평균 5%가량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환자 수가 23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난임은 임신을 할 수 없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서 임신이 되지 않는 불임과 달리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가능한 상태지만 계획대로 임신이 되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부부가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난임으로 판단한다. 난임 원인으로는 남성 난임의 경우 정자를 만드는 고환에 이상이 있어 발기 장애나 무정자증 등이 요인이 될 수 있다. 여성은 자궁질환이나 배란장애, 난관 및 자궁 요인, 난소기능 저하 등이 주요 난임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난소기능 저하가 난임의 주요 원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통상 여성의 난소기능은 만 25세부터 서서히 저하되기 시작해 35세가 넘어가면 기능 저하 속도가 빨라진다. 여성의 대표적 생식기관 중 하나인 난소는 여성호르몬 분비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임신에 가장 중요한 배란이 이뤄지는 곳이다. 여성은 약 200만개 원시난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나이가 들면서 난포 개수가 감소하고 노화로 인해 난소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하지만 난소기능이 반드시 나이에 반비례 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이나 기저질환, 생활 및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 영향도 받는다. 때문에 젊은 여성들에게서 난소기능 저하 소견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 난소기능이 한 번 저하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가임기 여성이라면 당장 임신이나 출산 계획이 없더라도 평소에 난소 건강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업계 전문가는 조언한다.

다만 난소기능 저하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여성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다. 전문적인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초음파 검사나 호르몬 수치를 분석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간단한 채혈만으로 ‘난소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항뮬러관호르몬(AMH, Anti-Müllerian Hormone) 검사가 주목받고 있다. AMH는 난소에 있는 원시난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이 수치를 통해 원시난포 수를 파악해 대략적인 난소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임상검사 전문의료기관인 GC녹십자의료재단은 전국 200여개 기관에 AMH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혈액 내 AMH 농도를 측정해 정량화된 결과를 산출하고 월경주기에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우수한 난소 나이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검사 분석 시간은 1~2일 이내로 짧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AMH 검사는 난임 전문센터를 포함한 산부인과나 일부 건강검진센터에서 수검 가능하다. 지난 2019년 12월부터는 난임 원인 규명 및 치료를 위해 실시한 경우 연 1회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돼 소비자 비용 부담이 줄었다.

AMH 검사를 통해 난소 예비능을 평가하게 되면 임신과 출산 뿐 아니라 다낭성난소증후군, 과립막세포종양 등 질환 유무와 폐경 시기를 예측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GC녹십자의료재단 측은 설명했다. 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검사 결과에 따라 임신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고 임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여성은 보다 정밀한 난소기능 평가를 통해 치료 방향을 판단하거나 필요 시 난자 동결 여부를 고려할 수도 있다.

최리화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여성들이 생식력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거나 매달 주기적으로 생리를 하면 난소기능에 이상이 없을 거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며 “규칙적인 생리 주기를 갖고 있더라도 난소 기능이 저하돼 있을 수 있고 실제 연령과 난소 나이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AMH 검사를 통한 난소기능 진단과 여성 질환 여부를 미리 확인해 관리하는 것이 난임이나 여성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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